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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이 국회를 넘으면서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대전환의 문턱에 섰다. 헌정 이래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었던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권한을 나눠 갖는 '수사-기소' 이원 체제가 출범한다.
법은 통과됐지만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의 독점적 권력을 쪼개고 표적·왜곡·봐주기 수사 등 폐단을 걷어낼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반면 수사 역량의 총체적 약화와 통제 장치의 부재가 맞물려 '제2의 검찰청'을 탄생시킬 것이란 비판도 거세다. 미흡한 피해자 보호 체계의 보완도 남은 숙제다.
"무능한 제2 검찰 나올 수도"…우려 눈빛 여전
중수청·공소청 체제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산·마약·내란 및 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 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전담한다. 공소청은 중수청과 경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송치한 사건의 공소 제기 및 유지 업무만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검사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공소청 검사는 수사개시권은 물론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이 박탈됐으며 수사당국(중수청·경찰·특사경)을 지휘·감독할 수 없다. 영장을 청구하는 강제수사 전까진 공소청 검사는 중수청이 어떤 사건을 어떻게 수사하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법조계 안팎에선 '수사 역량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수사 개입이 차단되면 경제·금융범죄나 첨단전략산업 기술유출 등 고도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요하는 고난도 지능범죄 수사가 부실해지거나 사건 처리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제 범죄, 공무원 범죄, 선거 범죄 등 복잡하고 법률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은 과거부터 경찰 수사로는 효율이 나지 않는 분야"라며 "1차 검·경 수사권 조정(2021년) 때 6대 중요 범죄를 검찰에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남겨뒀던 이유"라고 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재석 167인 중 찬성 166인, 반대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6.3.21 © 뉴스1 유승관 기자
사건 쏠림에 따른 '수사 지연'도 고민거리다.실제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경찰청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기 등 지능범죄 수사가 6개월을 넘기는 비율은 33.5%로 3건 중 1건꼴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처럼 (중수청이) 10월 출범해도 조직 정비에만 1~2년이 필요할 수 있다"며 "그동안 (중수청 사건이) 경찰에 다 몰릴 텐데, 수사 성과를 내긴 더 어렵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특사경 수사는 더 심각하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특사경의 장기근속 인원 비율(전문화율)은 35.3%에 불과했다. 전체 인원의 절반(48%)가량이 경력 1년 미만이었다. 일선 지검의 부부장검사는 "특사경은 수사 초기 단계인 처벌 조항 적용부터 검찰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사경 지휘감독권 삭제는) 누굴 위한 결정인가"라고 반문했다.
'제2의 검찰청' 탄생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1차 수사기관의 수사권 오남용이나 부실수사·사건암장 가능성을 견제할 장치가 모호한 탓이다.
장애인·아동 등 취약한 범죄 피해자를 공익 변호해 온 김예원 장애인법센터 변호사는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이번 제도 개편이 '수사 통제장치의 해체'라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유리창에 검찰 로고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이재명 기자
"통제 장치 작동 중인데…과도한 불안감 조성"
'과도한 불안감'이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5년간 사실상 범죄 수사 대부분을 경찰이 전담했는데, 중수청·공소청 체제로 한발 더 나아간다고 요란한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는 논리다. 무고한 피의자는 1차 수사기관의 처분만으로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점도 순기능으로 꼽힌다.
경찰 출신 손병호 변호사는 "(이번 검찰개혁은) 경찰 외에 중수청이라는 수사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것뿐이고, 경찰이든 중수청이든 (1차 수사기관이) 사건을 수사해서 송치하면 공소청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큰 틀에서의 수사 제도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손 변호사는 '검찰 권력 축소'에 따른 권익 증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사람은 없어도,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는 많이 보지 않았느냐"면서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모두 가진 검사를 대면했을 때 (피의자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탈피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간부도 "경찰이 1년에 평균 170만 건을 수사하는데, 이중 3분의 1은 불송치로 끝난다. 어림잡아도 50만 건"이라며 "불송치 사건의 (무혐의) 피의자는 (검찰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보다 일찍 형사 절차에서 탈락하게 된다. 사소한 형사 사건이라도 개인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을 미뤄보면 (권익 증진이) 매우 큰 것"이라고 했다.
이 간부는 '통제장치 부재' 비판에 대해선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여전히 존재하고, 향후 법이 개정돼도 검사와 사법경찰관 사이의 협력 관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소청 검사는 불충분한 사건은 보완수사 요구를, 불송치 사건은 재수사 요청이나 이의신청으로 (1차 수사기관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6.3.18 © 뉴스1 오대일 기자
"동전은 던져졌다…후속 절차 머리 맞댈 때"
미우나 고우나 형사사법체계의 대변혁은 시작됐다. 법조계와 학계는 수사기관 견제 장치 고도화, 전문 수사 인력 육성, 피해자 보호체계 강화, 절차법 제·개정 등 '후속 작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수청·공소청 체제의 부작용이 자칫 현실화할 경우 그 후폭풍은 국민을 향할 것이란 전망은 이견이 없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변호한 오지원 변호사 "사법개혁이 검찰 권한을 뺏은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피해자의 소외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작가이자 국회의원 출신인 김웅 변호사는 "앞으로 피해자들은 중수청에선 경찰 출신 변호사를, 공소청에선 검찰 출신 변호사를 단계별로 선임해야 한다. 돈 없고 백 없는 사람은 눈물 흘리는 세상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는 중수청·공소청의 조직법이 마련된 만큼, 형사소송법과 시행령·규칙 등 하위 법령을 치밀하고 균형 있게 설계해 새로운 형사사법 체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예원 변호사는 "지금의 문제는 개혁의 방향이 아닌 설계의 부재"라며 "향후 보완 논의에선 최소한 수사 결과를 다시 점검할 수 있는 통로, 그리고 부실수사나 위법수사에 대해 실질적으로 책임이 귀속되는 구조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가 핵심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의 중수청 근무를 촉진할 유인책 마련도 시급하다.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중수청 근무를 희망하는 검사는 1%도 되지 않는다. 경찰 수사과장 출신인 강동필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면 검사가 (중수청에서) 초기 단계부터 함께 수사하면 된다"며 "격식을 내려놓고 원팀으로 거듭날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