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재판소원) 안내문이 비치되어 있다. 2026.3.12 © 뉴스1 김진환 기자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하는 재판소원 제도와 판·검사가 법리를 잘못 적용했을 때 처벌하는 법왜곡죄가 시행 열흘을 맞은 가운데 남발성 고소·고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고소·고발의 범람이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소원은 지난 12일 시행된 이후 19일까지 일주일간 총 118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6.8건이 접수된 셈이다.
이같은 사건 급증을 두고 본래 제도 도입 취지였던 1~3심 재판에 대한 보충적·예외적 권리 구제라는 목적이 퇴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상 '네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다.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 원을 갈취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도 지난 19일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구제역 측은 재판소원을 청구하는 이유에 대해 "협박 발언이 없었다는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했음에도 법원이 비합리적 이유로 증거를 배척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제역 측이 내세운 위헌 사유는 녹음 파일의 증명력 등 기존 재판부의 증거 평가에 대한 불복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이 사실심 재판을 다시 요구하는 취지인지 헌법 위반 여부를 다투려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접수된 사건들을 사전심사부 연구관 8명에게 배당하고 적법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다. 헌재는 재판소원 사건의 빠른 사전 심사를 위한 내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논의에 착수했다.
재판소원과 함께 시행 열흘을 맞은 법왜곡죄 역시 같은 행위에 대한 중복 고발이 이어지는 등 남고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지귀연 부장판사와 오동운 공수처장, 3대특검(내란특검·김건희특검·순직해병특검) 관계자 등이 법왜곡죄로 이미 경찰청에 고발 당한 상태다.
또 법왜곡죄 시행 이전 이뤄진 행위에 대해선 소급 처벌이 불가하다는 원칙을 피하기 위해 재고발을 한 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법 왜곡죄로 해당 수사관을 다시 고발하겠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계획도 나왔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의상 구매를 위해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런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민위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 재수사 결과 사건에 재차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데 대해 "(김정숙 여사의 옷값 사건을) 다시 고발한 뒤 또다시 무혐의가 나오면 수사관을 법왜곡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게 맞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앞으로 법왜곡죄 사건과 재판소원으로 인한 남고소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이미 무혐의가 나온 사건의 결과가 잘 바뀌지는 않는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식의 고소·고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가치가 없는 사건들은 일선 경찰에서 빠르게 각하할 수 있도록 하고, 무고죄 적용을 확대해 시민단체 등이 쉽게 법왜곡죄로 고소나 고발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문제의 시작이라고 본다"며 "앞으로도 1년 정도는 사건이 계속 많아질 것이다. 특히 앞으로 경찰들이 사건을 송치하거나 불송치했을 때 법왜곡죄를 적용하는 사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ark83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