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귀가 중 추락사한 택배기사…法 "업무상 재해 아냐"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2일, 오전 10:0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택배기사들끼리 자발적으로 연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 중 사고로 숨진 택배기사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는 숨진 택배기사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2월 롯데택배 시흥정왕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택배기사로 근무했다. 2023년 12월 16일 저녁 같은 사업장 소속 택배기사들과 회식을 한 뒤 다음날 0시 30분께 귀가하다가 육교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틀 뒤 이상 증세로 응급실에 내원해 인하대병원으로 전원됐으나 뇌사 상태로 추정됐고, 이듬해 1월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중 2월 7일 외상성뇌출혈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

유족 측은 “사고는 망인이 퇴근 중 발생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그러나 “회식은 친목도모를 위한 자발적인 업무 외적 모임”이라며 “업무 종료 후 퇴근 중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유족 측은 소송에서 “단순 친목 모임이 아니라 업무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하고, 유사시 배송 업무를 대신할 ‘용차’ 기사와 안면을 익히기 위한 자리였으므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회식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 보기 어려워,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회식의 자발성이다. 사업장의 사업주나 관리자가 회식 개최를 지시하거나 주관한 사실이 없고, 택배기사들도 사전에 사업장 측의 승인을 구하지 않았다. 동료 기사는 “회사에서 회식을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고 택배기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일정·장소 선정·공지도 모두 기사들이 자율적으로 수행했다. 사업장 소장이 회식비 일부를 지원하긴 했으나 재판부는 이것만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회식 중 업무 관련 대화가 오간 사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참석자가 모두 택배기사였기 때문에 공통 관심사를 대화 주제로 삼은 것”으로 해석했다. 용차 목적의 친분 유지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용차나 대리기사가 필요한 경우 택배기사 개인의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목적의 회식을 업무수행 범위에 포함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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