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디엘지 공익인권센터장 염형국 변호사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프로보노 활동의 진정한 가치를 이같이 설명했다. 몇 명의 원고들을 대리한 한 공익사건에서 승소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법 개정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책까지 끌어내는 게 모든 약자를 위한 프로보노의 완성이란 설명이다.
국내 프로보노 문화가 타 선진국 대비해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평가한 염 변호사의 시선은 이미 다음 세대를 향해 있었다. 변호사 수 급증, 인공지능(AI) 도입 등 날로 각박해지는 법조시장에서 젊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프로보노가 외면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우리 세대가 다하지 못한 공익활동을 다음 세대가 이어갈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확산하는 게 당면한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염 변호사는 “최근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적 신뢰도가 하락한 것은 법조계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다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려면 법조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외 답은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디엘지 공익인권센터장 염형국 변호사.(사진=김태형 기자)
‘국내 1호 공익인권법재단’인 공감 소속으로 2004년 법조계에 진출한 염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회적·경제적 약자 관련 다수 사건을 승소로 이끈 ‘1호 공익변호사’로 유명하다. 전남 신안군 등 염전에서 지적장애인들이 노동착취를 당한 2014년 ‘염전노예 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확정 판결이 대표적이다.
염 변호사는 여러 사건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던 사건’으로 2013년 11월 발생한 한 50대 여성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사건을 꼽았다. 당시 해당 여성은 갱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뿐이라 주장했지만, ‘보호의무자인 자녀 2명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원 진단으로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 ‘정신보건법 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건이었다.
사건을 맡아 헌법소원까지 제기해 2016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을 끌어낸 염 변호사는 “해당 사건 이전에도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신장애인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음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며 “한 여성을 위한 하나의 프로보노로부터 역사적인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고 모든 정신장애인들의 인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실질적 정책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공익사건 소송 대리에서 시작해 법·제도 변화까지 이끌어내려는 염 변호사의 프로보노는 현재진행형이다.
염 변호사는 경기도 부천 W진병원에서 다이어트약 중독치료를 위해 격리·강박을 당했다가 사망한 환자를 대리해 형사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권익옹호를 내용을 골자로 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디엘지가 소규모 소매점 출입구 문턱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른바 ‘모두의 1층’ 소송에서 2024년 12월 승소를 확정받았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후속 활동을 진행했다. 이외 올해 1월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이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 기준을 축소해 장애인 접근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법무법인 디엘지 공익인권센터장 염형국 변호사.(사진=김태형 기자)
20여년간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며 줄곧 정신장애인 등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바라보던 염 변호사의 시선은 최근 동료 변호사들을 향하고 있다.
염 변호사는 겸임 중인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으로 현재 추진 중인 서울소재 법무법인 대상 ‘프로보노 챌린지’ 계획을 이날 이데일리에 처음으로 공개하며 “우리 법조계에 프로보노를 확산시키는 게 나의 최우선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법무법인이 자발적으로 연간 공익활동을 일정 시간 이상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에 양질의 프로보노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2024년 법무법인 디엘지 공익인권센터장으로 자리한 배경도 이같은 프로보노 문화 조성·확산 의지와 궤를 같이 한다.
염 변호사는 “디엘지는 ‘모두가 존엄한 사회, 그걸 위한 연대와 협력’이라는 조원희 대표변호사의 강력한 창립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법무법인으로 매년 매출액의 4%를 공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곳”이라며 “이같은 재원을 활용해 ‘장애인을 위한 기술 공모’, ‘공익단체 지원 공모’ 등을 수년째 전개 중이고 최근에는 몽골 법조인단체와 협력해 현지 프로보노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산하 임상법학교육실무위원장을 맡아서 로스쿨 내 공익을 경험할 ‘리걸클리닉(법률임상교육)’ 확대도 논의 중이라는 염 변호사는 “제도적 폐혜, 차별로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며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영역별 공익단체는 물론 지역 변호사협회에 프로보노를 요청해달라. 변호사들에게 직접 전화나 메일로 요청해도 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