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래커칠에 선지까지…텔레그램 '원한 해결' 범죄 확산

사회

뉴스1,

2026년 3월 24일, 오전 06:00

© 뉴스1 김성진 기자

텔레그램을 통해 돈을 받고 타인의 주거지에 침입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이른바 '보복 대행'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의뢰를 받아 범행에 나선 20대 여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조은수)는 지난 18일 명예훼손·주거침입·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A 씨(21·여)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A 씨는 지난 4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허위 사실이 적시된 전단지를 뿌리고, 현관문 등에 붉은색 래커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사적 보복을 의뢰받고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대가로 A 씨는 7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단계에서 검찰은 A 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다만 최근 횡행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원한해결사무소'와는 별개로 대출을 알아보던 중 알게 된 인물에게 의뢰받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텔레그램 기반 '보복 대행' 범죄는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르는 상황이다.

지난달 22일에도 20대 남성이 화성 동탄신도시 소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현관문에 붉은색 래커칠을 하고, 피해자가 '아동 성폭행으로 복역 후 출소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이 담긴 출력물을 살포한 사건이 발생했다.

긴급 체포된 B 씨(21·남)는 텔레그램 '원한해결사무소'에서 범행을 지시받고 범행 대가로 80만 원 상당의 코인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같은 달 24일 경기 군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피의자인 C 씨(28·남)는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현관문 등에 래커로 낙서하고 협박 글과 흉기, 선지 등을 둔 혐의를 받는다.

C 씨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의뢰받았으며 검찰 피의자 조사에서 '돈이 필요해 일자리를 찾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건당 30만~100만 원의 대가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구속 기소 됐다.

이들 사건은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텔레그램을 매개로 금전 대가를 받고 범행에 나섰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범행 수법 역시 주거지 침입, 허위사실 유포, 래커칠 등 유사한 양상을 띤다.

이처럼 '보복 대행'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적용되는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범죄가 아닌 주거침입·재물손괴·명예훼손 등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범죄는 형사사건 관련 신고·고소·진술 등에 대한 보복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한다. 수사당국은 이 사건들의 경우 형사사건에 대한 보복이라기보다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서 비롯된 범행으로 보고 있어, 보복 범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사당국은 실행자뿐 아니라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와 실제 의뢰인에 대한 추적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일한 윗선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관련 사건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가담자들을 구속 기소하고 범죄 수익을 박탈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행자만 검거하는 방식으로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의뢰인과 대화방 운영자를 포함한 배후 규명과 함께 수사기관이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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