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결합상품 가입자 절반 "계약 내용 몰라"…가전값은 시중의 최대 3.3배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4일, 오전 06:03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상조서비스와 가전을 묶은 ‘선불식 결합상품’의 가입자 절반가량이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합 가전 가격도 시중 온라인 가격의 최대 3.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표준약관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청 전경(사진=이데일리DB)
서울시는 소비자단체 한국여성소비자연합과 함께 최근 3개년(2022~2025년) 소비자 상담 사례를 분석하고, 상조 결합상품 가입자 500명을 대상으로 인식·가격 비교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선불식 결합상품은 상조·여행의 선불식 할부계약(12~20년)과 가전제품 렌탈계약(3~5년)를 묶은 형태의 상품이다. 두 계약의 만기까지 완납하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채 해약하면 납입금 전액을 환급받는 구조다. 그러나 업체 폐업이나 중도 해약 시 환급이 불가하고 잔여 가전 렌탈비에 대한 납부 의무가 발생해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선불식 결합상품 관련 상담을 분석한 결과, 불만 1위는 ‘별도계약 미고지’로 전체의 24.5%를 차지했다. 가전제품 계약이 별도임에도 ‘사은품’으로 안내되는 등 핵심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소비자 오인과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 이후 상조 결합상품에 가입한 서울 거주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는 계약 내용을 이해한다고 답한 비율은 52.8%에 그쳤다. 계약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판매자의 불충분한 설명(28.3%)과 계약서·약관 용어 난해함(23.9%), 만기환급금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21.7%)이 있었다.

가격 면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지난해 9월부터 3달간 소비자 상담센터에 다수 접수된 TV, 냉장·냉동고, 노트북, 청소기 등 9개 품목, 25개 상조 결합 가전제품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가격 비교 전문 사이트의 중앙값보다 최소 1.4배에서 최대 3.3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TV·냉장고·김치냉장고·안마의자 등 4개 품목을 동일 사양·동일 조건의 일반 렌탈서비스 8개와 비교해도 최소 1.05배에서 최대 2.9배까지 가격 차이를 보였다. 일부 제품(3개)은 구형 모델이거나 상조 전용 모델이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2014년 이후 개정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상조서비스 표준약관을 손본다는 방침이다. 주요 내용은 △여행상품 포함에 따른 약관 명칭 변경 △해약환급금 지연배상금 이율 변경(24%→15%) △부정기형 상품 해약환급금 산정 기준 변경 등이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의 고지 의무도 강화한다. 서울시는 소비자단체와 함께 △별도 계약 여부 △납입금 구성·배분 △중도해지 시 환급·위약금 기준 △제품 모델·가격 비교 등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홍보 캠페인을 병행할 계획이다. 선불식 결합상품 관련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서울시 공정거래종합상담센터 누리집이나 전화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김명선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선불식 결합상품은 계약 구조가 복잡한 데 비해 핵심 정보가 충분히 안내되지 않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표준약관 개정 등 제도개선과 피해 예방 홍보를 통해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소비자 안전망을 촘촘히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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