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한 줄이 선거범죄 되는 시대… 선관위 소명부터 논리 설계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전 05:51

[이데일리 이지은 남궁민관 기자] “예전에는 금품수수가 선거범죄의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발언’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짧고 압축적으로 글을 쓰다보니 문장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상대방은 이게 왜곡이나 허위 사실이라며 고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는 6월 3일 열리는 제9회 동시지방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전국 각지의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기초단체장부터 교육감, 지방의원까지 선출직 정수만 4000명이 넘고 경선 후보군까지 포함하면 최소 1만 2000명에 달하는 대규모다. 후보자가 많은 만큼 선거 과정에서의 법적 분쟁의 소지도 다분하다. 특히 SNS를 활용하는 후보자들이 크게 늘고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등 디지털 기술까지 접목하면서 선거법 위반 가능성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이 복잡다단한 선거를 직접 경험해 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6·3 지방선거 대응센터’를 출범해 선거 단계별 법률 지원에 나선 이유기도 하다. 10년 경력의 국회 보좌관 출신 김진권 변호사가 센터장을 맡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책실장을 지낸 윤석근 고문과 지역 선관위원장을 역임한 부장판사 출신 박정수 변호사 등이 주축이 돼 20여명 규모의 전문가 그룹을 꾸렸다.

이들은 “먹다 남은 양주를 가져와 식사 자리에서 나눠 마셨는데 이게 기부 행위가 돼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위반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상태에서 부지불식간에 벌어지는 것이 선거 사건의 가장 무서운 특성”이라며 “SNS를 통해 수많은 말들이 오고가는 요즘 선거에서 법률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지평이 6.3 지방선거 대응센터를 출범했다. 윤석근(왼쪽부터) 고문, 김진권 센터장, 박정수 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딥페이크에 위수증 논란까지…복잡해진 선거 사건”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김 센터장과 윤 고문, 박 변호사는 최근 선거판의 가장 큰 변화로 처벌의 중심축이 발언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신속성과 간결성이 핵심인 SNS는 후보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지뢰밭이 됐다는 평가다. 본인은 사실이라고 믿고 쓴 글이라도 제3자의 시각이나 법리적 잣대에서는 허위사실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SNS의 파급력이 워낙 커지다보니 상대의 공격을 빠르게 반박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현직 변호사 출신 후보자조차 선거 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자기 일이 되면 객관성을 상실하기 쉽다”며 “제3자인 법률 전문가가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는 시스템이 중요해진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가짜뉴스’의 확산이다. 검찰과 경찰, 선관위도 이를 중점 단속 대상으로 지정하고 강력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윤 고문은 “과거에도 합성 사진이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지만 현재의 수준과 비교하면 미미한 정도”라며 “지금 기술로는 목소리와 활동까지 완벽히 구현할 수 있어 어떤 가짜뉴스가 만들어질지 사전에 예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리스크가 투표 직전 터진다면 선거 결과에 치명적일 수 있기에 선관위 삭제요청권 등을 활용해 확산을 빨리 차단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 환경의 측면에서도 디지털 증거의 적법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증거를 압수해 다른 사건에 사용한 경우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당선무효형 판결이 늘어나는 등 과거 대비 선거범죄를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경향도 관측된다.

박 변호사는 “최근 법원이 위법수집증거를 엄격하게 배제하는 추세지만 일선 수사기관은 여전히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사건과 무관한 정보까지 포괄적으로 압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포렌식은 키워드를 넣어서 관련 정보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이 참여해 키워드 추출의 적절성을 따지고 위법성을 다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지평이 6.3 지방선거 대응센터를 출범했다. 윤석근(왼쪽부터) 고문, 김진권 센터장, 박정수 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선관위 소명부터 논리 설계해야…현장 경험이 좌우”

복잡해진 선거환경 속에서 지평의 선거대응센터는 ‘현장 경험’을 강점으로 앞세웠다. 윤 고문은 “선거법상 선거 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고만 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수사기관조차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첫번째 기준으로 삼는다”며 “조문만 가지고는 일반 변호사들도 현장의 선거운동이 문제가 되는지를 구별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선관위의 단속 기준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선거전담재판부의 ‘6·3·3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과 공소시효 6개월을 감안하면 특히 선거법 사건에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 로펌들은 선거법 위반 수사를 개시한 후에야 사후 방어 차원에서 개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선거법 사건은 소명 단계에서의 논리 설계가 이후 수사와 재판 전반을 좌우하기 때문에 사건이 터진 뒤 법률 의견을 받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대안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법률 지원을 시작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지평은 이번 지선 이후에도 내년 전국동시조합장선거, 2028년 총선, 2029년 전국 새마을금고이사장 선거, 2030년 대통령선거까지 각 선거 정국에 특화한 TF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사전 점검과 조사·수사 및 공판, 선거 이후 분쟁 처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자문 체계를 구축하고 법률 통합 지원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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