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신고 4만건·구속률 단 3%…"관계 맥락 반영 법 개정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전 09:20

[이데일리 성가현 기자] 최근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해 사건을 두고 법조계 및 여성단체에서 우리 사회의 법적·제도적 안전망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낮은 구속률과 실효성 없는 대책이 결국 비극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구속 요건 특례 마련 등 근본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대책 마련 긴급간담회'를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성가현 기자)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대책 마련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한국여성정책연구원·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연합·한국성폭력상담소·여성폭력통합지원상담소연대 등이 참여했다. 이날 간담회는 여성 스토킹 살해 사건의 원인과 대책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남양주 살해 사건, 제도적 실패”

전다운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남양주 살해 사건은 전체적인 제도적 실패라고 바라봤다. 전 위원장은 “친밀한 관계에서 나오는 폭력은 단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일상에서 지속되는 범죄 특성을 지녔다”며 “그러나 수사기관은 여전히 개별 행위별로, 신체적 폭력을 중심으로 위험을 판단하기 때문에 폭력 유형을 전혀 식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친밀관계 폭력 범죄에 한해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현행 형법상 폭행 및 협박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어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할 경우 공소 제기가 제한된다”며 “친밀한 관계 폭력에서의 처벌불원 의사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가해자의 통제 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자유로운 의사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의사보다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이 객관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친밀한 관계 폭력에 한해 구속 요건 특례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현행 형사소송법 제70조는 도주 및 증거인멸을 중심으로 구속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재범 위험성이 큰 사건에서도 구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에 △과거 폭력의 반복성 △관계의 지속 가능성 △최근의 위협 행위 △보호조치 위반 여부 등 재범 위험성 평가기준을 관계성 폭력의 특수성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형사소송법 제70조를 개정해 ‘피해자에 대한 재범 위험성 및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구속의 독립적 사유로 명문화하고,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에게 중단 요청 등 1차 고지 후 1회 위반 시 구속영장을 의무적으로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친밀관계 폭력 사건 구속 미비…젠더 폭력 교육 필요”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사건의 참담함은 피해자가 도움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부재해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가 피해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건 발생에 비해 구속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신고는 2021년 1만4509건, 2025년 4만4684건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나 피의자 구속률은 피의자 구속률은 △2021년 7% △2022년 3.3% △2023년 3.2%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교제폭력 대응 현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23년 기준 교제폭력 112 신고 건수는 7만7150건에 달했으나 54.4%가 현장종결됐으며 형사 입건된 비율은 18.1%에 불과했다. 이 중 구속까지 이어진 비율은 2.2%에 그쳤다.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경찰청 가정폭력 검거 및 조치 현황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2021년 4만6041건 △2022년 4만4816건 △2023년 4만4524건 △2023년 4만4524건 △2024년 3만7905건을 기록했다. 그에 비해 구속인원의 비율은 △2021년 0.8% △2022년 1.0% △2023년 1.0% △2024년 1.1%로 1%대에 머물렀다.

김 연구위원은 친밀관계 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수사 및 재판 기관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가 가장 기본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반복되는 구속영장·잠정조치 기각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사법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젠더 기반 폭력 교육 의무화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현행 법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면서 국제연합(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에 대한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또한 “수사 지침과 법을 개정하는 것만큼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불평등한 젠더 권력과 사회구조적 성차별로 발생한 젠더 폭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대책 마련 움직임 수차례 있었으나 제자리”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데이트폭력·스토킹 여성 살해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발생했지만 변화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2025년 7월 이재명 대통령은 관계 당국의 뼈아픈 자성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고, 법무부는 2026년 1월 스토킹처벌법 개정을 언급하며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겠다 밝혔다”며 “이어 성평등가족부는 3월 스토킹처벌법과 스토킹방지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지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사이 남양주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시행되는 ‘반짝’ 전수조사와 사건 이후에는 지속되지도 않는 ‘구속 및 유치, 전자장치 부착 적극 시행’ 정도가 대책의 전부라니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남양주 사건의 피해자는 최초의 신고로 특수상해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피해자 신변보호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차량에서 발견된 위치추적장치 및 스토킹범죄 등을 신고했지만 결국 살해당했다”며 “이는 개별 사건의 대응을 넘어 관계의 맥락과 위험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친밀관계 내 여성 폭력은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에 가해가자 피해자를 통제하는 특성이 있고, 피해자가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그 폭력성이 더욱 극대화하기도 해 관계를 완전히 중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에 신고 단계부터 관계의 맥락을 고려해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처벌법 전부 개정을 통한 포괄 입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