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검사장 "검찰 인사 원칙 무너져"…행정소송 첫 변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후 04:47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지난해 12월 법무부 인사에서 고검검사급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대전고검 검사)이 “검찰 인사의 원칙과 시스템이 무너졌다”며 정성호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법무부 인사에서 고검 검사급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대전고검 검사)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인사명령처분취소 1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26일 정 검사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인사명령 처분 취소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정 검사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검사의 신분으로 인사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그는 “저는 2001년 검사로 입관해 25년간 검찰에 몸담아왔고 18번의 인사발령을 받았다”며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매번 인사 이후 심기일전해 업무에 전념할 수 있었던 건 해당 인사가 시스템에 의한 것이며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기꺼이 수긍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가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검찰의 인사는 원칙과 시스템이 무너졌고 그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 형성된 합리적 관행은 부정됐다”며 “일례로 대검검사급 검사 인사는 그동안 1년에 한 두번 있었지만 피고가 취임한 지난해 7월 말부터 현재까지 불과 8개월 동안 대검검사급 인사가 무려 다섯 번이나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 자신이 ‘우수한 자질과 리더십을 가졌다’고 평가해 중책을 맡긴 검사장들과 지청장들을 단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포기에 항의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단 몇 개월만에 무더기로 고점이나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시켰다”고 부연했다.

자신의 인사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대검검사급 검사를 고검검사급 검사로 강등시키는 것은 전례도 없었고 법령과 검사 인사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접 위법한 처분의 당사자가 되고도 그것을 바로잡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공직자이자 검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권력자의 위법에 대해 침묵이 쌓이게 되면 결국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제가 소를 제기한 이후 피고는 3개월간 답변조차 하지 않다가 불과 3일 전 간신히 답변서를 제출했다”며 “앞으로도 답변 지연이나 문서 제출 거부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검찰은 해체되고 그때까지 진행됐던 비정상적인 인사와 직무명령 등에 대한 기억은 역사 속으로 묻혀버릴 것”이라며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기 전에 저에 대한 위법한 인사명령을 바로 잡고 25년 검사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대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재량권 남용의 개념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또 과거에도 대검검사를 고검 검사급으로 발령한 전례와 관행이 존재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5월 28일로 선고 기일을 지정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내고 정 검사장을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했다. 검사장급에서 차장·부장검사급으로 사실상 강등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 검사장은 인사 발표 이튿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난 1월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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