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울톨게이트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고속도로 음주운전 및 체납 차량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4.18 © 뉴스1 김성진 기자
4월 2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 약물운전 처벌이 강화된다.
하지만 무슨 약을 얼마나 먹고 운전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지 '농도 기준'은 여전히 부재해, 시민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4월 2일부터 약물운전 단속과 관련해 달라지는 기준이 무엇인지, 운전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뭔지 살펴보자.
4월 2일부터 '약물운전' 달라지는 점은?…①처벌 수위 ②경찰 단속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이전에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현행 도로교통법도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4월 2일부터는 약물 운전의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경찰 단속이 강화된다.
그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던 약물운전 처벌 수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이전과 달리 경찰이 약물 복용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 경찰이 약물 측정을 요구하면 운전자가 무조건 따라야 한단 뜻이다.
현행법에는 경찰이 운전자의 약물 복용 여부를 측정할 근거가 없어서, 운전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측정을 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경찰이 영장까지 발부받아 채혈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개정법은 경찰공무원은 운전자가 약물을 복용했는지를 타액 간이시약검사 등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경찰 단속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약물운전 측정 불응죄가 신설되면서, 경찰관이 약물 측정을 요구했을 때 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됐다.
경찰청 홈페이지 갈무리
약 종류별 '농도 기준' 없어…약물운전 핵심은 '정상 운전 가능 여부'
그렇다면 어떤 약물을 얼마나 복용하고 운전하면 '약물운전'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물운전의 명확한 농도 기준은 개정법에도 없다.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 면허 정지, 면허 취소 등 취한 정도를 규정하는 음주운전과는 달리, 약물운전은 농도 기준이 부재한 상태다.
약물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약물을 복용한 운전자가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있냐, 없냐'에 달렸다. 약물의 영향을 받아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했다면, 약물 종류나 농도와는 상관없이 '약물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약물 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약물 복용이 이상행동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운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가 중요하다"며 "약물운전 관련 법 조항 자체는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를 처벌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약물운전 약물 490종에 감기약 없지만…정상적 운전 안 되면 감기약도 처벌 가능성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약물이 약물운전에 해당하는 약물은 아니다. 도로교통법은 약물의 범위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환각물질 등 총 490종으로 규정한다.
종합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으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는 약물운전의 약물 490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항히스타민제를 포함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감기약, 알레르기약 등도 복용 후 졸음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했다면 처벌받을 여지가 남아 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과로, 질병, 약물뿐만 아니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면 운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감기약 등 복용도 '그 밖의 사유'로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한약사회는 법 시행을 앞두고 발표한 '운전 주의 약물 리스트'에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히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독실아민 등을 운전금지 약물로 분류했다. '운전금지'(레벨 3)는 대한약사회가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을 분류한 4단계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수준이다.
충남경찰청 인스타그램 갈무리
경찰, 뒤늦게 '농도기준' 연구 나서…"약물 운전 경각심 높이는 계기"
농도 기준치가 있는 음주운전과는 달리 약물운전 여부를 판단할 약물 종류·농도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약물운전 단속 관련 초기 현장은 혼란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경찰청은 지난 17일 혈중 농도 기준 도입 및 운전금지 기준 검토를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다만 약물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증상 또한 개인의 생리적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일괄적으로 수치를 규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구도 빠른 시일 내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단순히 약물이 검출됐다고 해서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라, 약물의 영향으로 인해 제대로 운전하지 못한 사람들에 한정해 처벌한다"며 "무슨 약이든 약을 먹고 몸 상태가 이상하다면 운전하지 말자는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법 개정의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