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무인 줄"…보이스피싱 수거책, 무더기 징역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30일, 오후 05:09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구인구직 사이트의 ‘고액 알바’ 유혹에 빠져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과 수거를 담당했던 일당이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피해금을 수표로 받아 백화점 상품권이나 골드바로 바꾸는 수법을 동원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북부지법 형사단독(판사 권소영)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세탁책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수거책 D씨와 B씨 등 4명에게 징역 2년 6개월에서 3년 6개월을 지난 24일 각각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7월부터 한 달여간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포섭돼 활동했다. 수거책들은 주로 길거리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권 자기앞수표를 직접 건네받았다.

수거책 D씨는 “아파트 시세 조사 등 부동산 업무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그가 피해자들 앞에서 금융감독원 대리나 팀장을 사칭하며 가명을 사용한 점을 들어 “불법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화점 돌며 ‘상품권 세탁’… 1억 원어치 싹쓸이도

세탁책들의 수법은 더욱 대담했다. 이들은 전달받은 수표를 타인 명의의 계좌에 입금한 뒤 곧바로 백화점으로 향했다.

피고인 A씨의 경우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에서 50만 원권 상품권 200장, 총 1억 원어치를 한꺼번에 구입한 뒤 이를 상품권 교환소에서 현금으로 바꿔 조직에 전달했다. 또 다른 범행에서는 종로의 금거래소에서 100g짜리 골드바 4개를 구매해 되파는 방식으로 자금 추적을 피했다.

이 과정에서 한 피고인은 은행 직원으로부터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CTR)’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보이스피싱 예방 문진표를 작성하면서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거나 “단순 심부름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엄중히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회사라면 대면 면접도 없이 모르는 사람에게 억대 수표를 맡기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례적인 채용 과정과 은밀한 거래 방식, 업무 난이도에 비해 현저히 높은 보수 등을 종합할 때 미필적으로나마 범행을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이스피싱 범죄는 다수의 역할을 분담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며 사회적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피해액이 수억 원에 달하고 피해 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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