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의제란 빈 교섭요구 봇물…실질적 지배력 명확히 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3일, 오전 09:05

[이데일리 남궁민관 백주아 기자] “노란봉투법(노봉법) 시행 직후 하청 노동조합들도 상황을 좀 보며 교섭요구를 할 줄 알았는데 첫날인 지난달 10일에만 10대 원청 건설사에 일괄 교섭요구가 들어오더라구요. 문제는 안전, 임금, 작업환경, 근로시간, 복리후생 등 특정 의제를 명시하지 않아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교섭요구가 대부분이란 점입니다.”

법무법인 바른 인사노무그룹 정상태(그룹장)·조윤지·한재언 변호사, 정보문 외국변호사(미국 뉴욕), 김린 노무사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노봉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직후 산업계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관련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이같은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 본 이들은 기존 원·하청 간 주요 교섭 의제별로 ‘실질적 지배력’을 선제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일이 현재로선 최선의 대응방안이라고 기업들에 조언했다.

법무법인 바른 인사노무그룹 정상태(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반향) 그룹장정보문 외국변호사김린 노무사조윤지 변호사한재언 변호사.(사진=방인권 기자)
◇노란봉투법 2주만 753개 노조 “원청 사장 나와라” 대혼란

노봉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노조와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되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단체교섭권을 실질에 맞게 보장하고 단체행동권을 폭넓게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교섭요구 의제 명시 근거 등 실질적 지배력 판단을 위한 구체적 규정이 부재하다보니 오히려 노사 관계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는 “노봉법 시행령은 교섭개시 공고를 하도록 하면서도 교섭요구가 있는 의제를 이에 명시할 근거는 마련하지 않았다. 공고 내 이를 쓸 공간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교섭요구 의제가 명확할 때에도 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원청 입장에선 이같은 교섭요구에 일단 응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의제를 확인해 실질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노봉법 시행 13일 만에 753개 하청 노조(소속 조합원 12만 8379명)가 313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지만 실제 교섭을 개시한 원청은 23개(7.3%)에 그쳤다. 90% 이상인 290개 원청은 대부분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 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개시 후에도 적잖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정 변호사는 “일부 노조들은 우선 실질적 지배력 판단을 받은 특정 의제를 명시해 교섭을 요구한 이후 교섭과정에서 의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힌 상황”이라며 “최근 원청에 실질적 지배력을 강하게 요구하는 추세인 ‘안전’과 같은 교섭요구 의제를 내걸고, 실질적 지배력이 없는 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본래 의제 관련 다툼을 빌미삼아 쟁의행위가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외국변호사는 “교섭요구 의제별로 교섭에 참여한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지가 각기 달라질 수 있다”며 “교섭대표 노조가 자신과 관련 없는 의제에 대해서는 교섭대표권을 가지는지 여부도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하청별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내용이 다른데 어떻게 이를 하나의 단체협약으로 담을 수 있는지 등 실무적으로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바른 인사노무그룹 김린(왼쪽부터) 노무사정보문 외국변호사정상태 그룹장조윤지 변호사한재언 변호사.(사진=방인권 기자)
◇판례 쌓일 때까지 업군별 로펌과 선제 대응해야…쟁의시 채증 중요“

정 변호사는 ”정부도 판례가 쌓여야 법 작동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업들은 사전에 바른과 같은 법무법인을 파트너로 해 각 교섭요구 의제별 하청을 파악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군별 대응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한 변호사는 ”전통적으로 사내하청이 많은 제조업군은 노봉법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며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요소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완전히 제거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선 ”법적 의무사항은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하청 협력업체에게 최대한 실질적인 재량권을 부여할 수 있는 운영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모든 종사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건설업 원청, 가맹점의 채용절차와 인력운용 등 운영방식에 대해 일정 부분 관여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실질적 지배력 판단에 충돌이 종종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기타 플랫폼, 물류택배업 등 수수료 구조 하에서 특수고용형태종사자들이 종사하는 산업군은 수수료와 관련된 교섭분쟁이 상당히 많아질 것으로 봤다. 김 노무사는 ”수수료에 대한 결정권한은 해당 업계에서 경영권의 핵심사항인 만큼 원청이 이를 포기하거나 권한을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실질적 지배력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낮추려는 접근보다 현행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는 근거를 명확히 정리하고 교섭 전략을 미리 세워두는 접근이 보다 실효적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불가피하게 노동쟁의에 직면하는 기업들도 늘 수 있는만큼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 확보는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이란 설명도 나왔다.

조 변호사는 ”과거 기업의 입장에서 전체 손해를 산정해 청구하면 개별 조합원에게 부진정 연대책임을 인정했지만 노봉법에 의해 개별 조합원별로 책임비율을 정해야 하므로 손해발생 기여에 대한 입증책임이 기업에 있다“며 ”현실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불법행위시 이에 대한 채증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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