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변호사 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인원 감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 포화를 우려해 변시 합격자를 절반 가까이 줄이자는 주장인데, 시장 확대와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팽팽해 진통이 예상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4일 15회 변시 합격자를 발표한다. 지난해 변시 합격자는 1744명, 합격률은 52.27%로 올해도 1700명 내외의 합격자가 배출되며 합격률 50% 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오는 6일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정문에서 변호사 배출 수 감축을 위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변협은 해마다 변시 합격자가 무더기로 배출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구조적 과잉'에 진입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변협이 최근 소속 회원 2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9%(1914명)는 변시 합격자 수가 '매우 과잉'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합격자는 1744명이었다.
어느 정도 배출수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문항에 1000명 이하 응답이 39.5%(996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0명 이하 24%(606명), 700명 이하 20.6%(528명) 등 순이었다.
응답자의 97.7%(2463명)는 변호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협은 인공지능(AI) 활용 증가로 인한 자문 수요 감소, 정부 기관의 사건 독점, 유사 직역과의 경쟁이 시장 포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정책학회 김종호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가 서울지방변호사회 의뢰로 진행한 '법률시장 구조 변화와 적정 변호사 공급 산정 연구에서도 "국내 법률시장이 구조적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법조인 수는 2010년 1만 263명에서 2025년 3만 7981명으로 급증했지만, 민·형사 사건 수는 감소하거나 정체됐다. 창업률이 둔화와 기업 내부 법무 강화로 외부 수요도 제한되는 상황이다.
변호사 1인당 민사 본안 수임 건수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신규 진입자의 생존 기반이 약화하는, 이른바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합격 인원을 1200명 수준으로 조정하고, 중기적으로는 600~900명까지 단계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향후 공급 정책은 총량 조정만이 아니라 교육 혁신, 시장 구조 개편, AI와의 공존 전략을 포함한 종합 패키지로 설계돼야 한다"며 "이후의 핵심 질문은 '몇 명을 뽑을 것인가'를 넘어 '어떤 법률전문가를 어떻게 양성·배치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현장에서는 경쟁 심화가 체감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A 변호사는 "지금 변호사 시장은 포화를 넘어 사실상 과밀 경쟁"이라며 "10년 전에 비해 사건 수임 건수가 눈에 띄게 적어졌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변시에 합격한 B 변호사는 "변호사가 많다는 얘기는 로스쿨 때도 들었지만, 시장에 나오니 현실로 체감된다"며 "일단 경력을 쌓을 자리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했다.
반면 단순 감축보다 시장 확대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B 변호사는 "우리 세대는 이미 로스쿨 제도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라 뒤늦게 숫자를 줄이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고민은 있다"며 "감축 논의가 아주 필요 없다고 보진 않지만, 시장을 어떻게 넓힐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과거에 비해 변호사로서 여러 직업 분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많이 열렸다"며 "(시장이) 많은 변호사를 흡수할 여력이 있고 전통적인 송무 업무 분야에서는 아직도 변호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변호사의 숫자를 늘리고 줄이는 문제처럼 국민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 향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변호사의 연수 등을 더 강화해 국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변협 설문조사에서도 교육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응답자들은 "개별 사무소에만 맡기면 교육의 질이 천차만별" "신입 변호사들의 지식수준이 업무 수행에 미달한다"며 표준화된 실무 교육, 1년 이상의 강제 수습 등을 제시했다.
shushu@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