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지난 1월 8일 오전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진술 회유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1.8 © 뉴스1 김민지 기자
'800만 달러 대북송금' 사건으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제3자 뇌물 혐의도 함께 판단해 달라며 항소심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에서 제3자 뇌물 혐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기본적인 공소 사실이 같아 '상상적 경합' 관계라며 공소기각 된 데 따른 것으로,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면서도 같은 판단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다른 사건에도 범죄사실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검은 지난달 19일 김 전 회장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내용을 다룬 공소장에 상상적 경합 관계를 전제로 한 제3자 뇌물공여 혐의 관련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9일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이어 따로 추가 기소했던 제3자 뇌물공여 혐의 사건을 병합해달라고 신청하기도 했다. 제3자 뇌물공여 혐의 사건은 1심 재판부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 검찰이 지난 2월 항소한 상태다.
1심 재판부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건, 김 전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검찰이 '이중 기소'(한 가지 행위로 두 번 기소하는 것) 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인데 관련 사건(김 전 회장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의 공소사실과 범행 일시, 장소, 지급 상대 등이 모두 동일하다"며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공소기각 한다고 밝혔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동시에 해당하는 경우를, '실체적 경합'은 서로 다른 행위로 각각의 범죄가 성립되는 경우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327조는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됐을 때 공소기각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검찰은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면서도, 이 혐의 내용에 대해 반드시 판단받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봐 '투트랙'으로 공소유지를 펼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검찰이 제3자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에서 실체적 경합 견해를 유지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다면, 이 부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6.3.24 © 뉴스1 황기선 기자
법원이 추후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와 사건 병합 여부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향방이 주목된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대신 지급했다는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2023년 먼저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24년 7월 1심에서 외국환거래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검찰이 추가 기소했던 김 전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는,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보낸 것이 사실상 이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800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본 결과다. 검찰은 앞선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지급한 행위는 이전에 기소됐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겹칠 수 있지만, 뇌물 혐의의 범죄 구조와는 달라 독립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 판단이 이뤄진다면, 향후 관련 사건의 사실관계 평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 재판은 현재 한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였던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김 전 회장으로 하여금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북한 측이 요구한 도지사 방북 의전비용 명목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도 있다.
hi_na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