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임세영 기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모든 문제 해결의 끝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분들과 국민 사이에는 굉장히 큰 간극이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더 살피려 합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공론화를 진행 중인 촉법소년 연령 논의에 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국민들께서는 '나 촉법소년이야'라는 말 속에 어떤 처벌이나 제재도 없고 이를 이용해 더 많은 비행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2년 정도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형사처벌보다 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일부 인식과 달리 범죄를 저지른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에 준하는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은 2년 이내 기간 소년원에 수용한다.
원 장관은 "외국 법제에서는 이 자체를 형사 처벌의 하나로 본다"며 "국민의 80%가 연령 하향에 찬성 의견을 갖고 있지만 10대 청소년은 미래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재비행을 막는 방법 또한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촉법소년 연령' 논의는 청소년 보호·지원 정책 주무 부처인 성평등부의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다. 현행 생일이 지난 중학교 2학년 학생(만 14세)부터 적용하는 형사처벌 기준을 만 13세로 낮출 수 있을지 방안을 놓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 최초의 의견 수렴 과정이 진행 중이다.
최근 성평등부가 연 학계·법조계 전문가 포럼에서도 연령 하향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원 장관은 "만 13세부터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경종을 울려 비행을 막아야 한다, 가해자에게 걸맞은 처벌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인지하고 있다"며 "4월에는 (권고안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를 확대 개편해 출범한 성평등부에는 촉법소년 논의 외에도 생리대 무상 제공, 성별 역차별 해소 대책과 같은 이재명 대통령의 '깜짝 지시' 과제가 연이어 맡겨졌다.
원 장관은 최근 성평등부가 발표한 '전 국민 무상 생리대 지급' 정책과 관련해 "처음에는 (대통령 지시가) 당황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그런데 생리대의 적정 가격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생리용품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국가적으로 확인한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출범 10개월을 맞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는 노동 시장에서의 성별격차 해소 방안을 성평등부가 주도하도록 하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핵심 정책인 '성별임금공시제'는 이달 초 여당 의원의 법 개정안 발의 방식으로 본격적인 입법 궤도에 올랐다.
내년부터 매년 500인 이상 민간 기업 등에도 남녀 근로자의 고용 현황과 임금 격차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목표다. 원 장관은 "산업과 노동계 인식 격차는 있지만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이 법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제도일 뿐, 이 변화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임세영 기자
성평등부의 1년 예산은 약 2조 원. 보건복지부(약 137조 원) 대비 약 70분의 1 수준이다. 300명가량 인원으로 우리 사회 성차별·고용평등·디지털성범죄·청소년·가족보호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성평등부의 수장이자 자타공인 '성격 급한' 원 장관은 더 급한 성격으로 알려진 상사와의 속도를 맞춰가기 위해 말 그대로 분초를 쪼개 쓰는 중이다.
원 장관은 '이 대통령이 성평등부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성평등부가 '제 역할'을 잘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업무와 관련된 국민에게 진심을 다한다. 원 장관은 지난달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 통과 이후 이용수 할머니를 찾아 설명을 드렸다. 원 장관은 "법으로 제재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위안부 피해자 모욕 시위를 벌여온 김병헌 기소는 굉장히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과거 'N번방 사건' 피해자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던 원 장관은 20여년 여성 인권 변호사 이력을 바탕으로 공직 사회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정부가 알면서 못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부처 간 협의나 제한된 예산·인력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해하게 됐다"며 "성평등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부처에 더 큰 힘과 예산을 실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의 휴대전화에는 정책 현장의 목소리가 직접 닿는다. 가끔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궁금증을 전해온 민원 메시지를 통해 현장 반응도 세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이런 것이 제 역할 아니겠느냐'고 설명하던 원 장관은 "지난 3년 동안은 우리 부처가 열심히 해온 일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지금은 하는 일이 10개면 10개 모두 알리려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b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