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결혼이 밀어올린 출산율…"진짜 회복은 아직"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6일, 오전 06:06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4년 만에 0.8명대를 회복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1명에 근접하며 저출생 흐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출산율 반등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라기보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과 출산이 한꺼번에 재개된 ‘시간차 효과’로 보고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뿐 구조적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아기를 돌보고 있다.(사진=뉴스1)
◇‘에코붐 세대’ 출산 연령 진입…“구조적 반등으로 보기 어려워”

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2만 6916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1.7% 늘었다. 1월 기준으로는 2019년(3만271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1월 출생아 수는 2016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반등해 2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생 출생아 수)도 0.99명을 기록했다. 2024년 이후 증가 흐름을 보이며 감소세가 둔화됐다. 결혼도 증가 추세다. 1월 혼인 건수는 2만 2640건으로 전년 동월대비 12.4% 늘었다. 1월 기준으로는 2018년(2만 4370건) 이후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반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혼인 증가’를 지목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결혼이 최근 재개되면서 그 영향이 출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산이 결혼 이후 일정 기간을 두고 나타나는 후행 지표인 점에서 최근 반등은 이미 형성된 혼인 증가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과 출산이 재개되면서 최근 반등이 나타난 측면이 크다”며 “다만 장기간 결혼을 미룬 경우에는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아 이번 반등은 2022년 출생 감소에 따른 일시적 회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혼인건수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던 시기인 2020~2022년 감소했다가 2023년 이후 빠르게 반등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이연 수요’가 출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주거·노동시장 등 근본적 구조 개혁이 관건”

인구구조 요인도 작용했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자녀인 2차 에코붐 세대(1991∼1995년생)가 본격적인 출산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출생아 수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990년대 초반 출생 코호트(집단)는 이전 세대보다 규모가 커 이들이 30대 중반에 진입하면서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다만 출산 연령이 여전히 30대 중반에 집중돼 있어 구조적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근 출산 증가는 30대 초중반 산모 구간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1월 연령별 출산율(여성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에서 30∼34세가 90.9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8.7명 늘었고, 35∼39세도 같은 기간 8.0명 증가한 65.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30대 초반(73.2명), 30대 후반(52.0명), 20대 후반(21.3명) 순으로 나타났다. 첫째 출산이 늦어질수록 둘째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정책 효과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는 2023년 부모급여 도입, 2024년 신생아 특례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제도 등 출산과 결혼을 장려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최근 부영그룹의 ‘출산지원금 1억 원’ 지급 사례가 기폭제가 되어 주요 기업들이 앞다투어 육아휴직 강제화와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는 “2023~2024년 집중한 정책들이 결혼과 출산 의향이 있는 청년층의 마음을 움직인 측면이 있다”며 “기업의 출산 지원 확대 등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 책임연구원은 “출산율은 정책 시행 직후 급격히 변하는 지표가 아니라 감소 폭이 점차 줄면서 반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최근 반등을 특정 시기의 정책 효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2024년 반등은 2022년 코로나 재확산과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출산 감소의 기저효과가 뒤늦게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반등을 ‘구조적 안착’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노동시장과 주거, 돌봄 체계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혼과 출산을 ‘가능한 선택’으로 만드는 환경 조성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저출생 문제는 부동산, 교육 등 거시적 구조 개혁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며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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