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코람코자산신탁은 2018년 3월 창원시 진해구의 한 오피스텔에 대해 시행사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맺고 시행사 및 분양자 지위를 넘겨받았다. A씨는 그해 7월 신탁사와 오피스텔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을 지급했다. 이후 입주가 지연되자 A씨는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과 위약금을 청구했다.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해 입주가 지연되면 공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공급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불한다는 내용 공급계약에 따라서다.
그러나 코람코자산신탁은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계약서 특약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즉 신탁사의 책임 범위는 해당 공급 계약과 관련된 자금으로만 한정되고 회사 자산을 써서까지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맞선 것이다.
1심과 2심은 이같은 ‘책임한정특약’이 ‘중요한 내용’에 해당된다고 보고 신탁사가 매수인에게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이상, 이를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자는 약관에 정해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서다. 만일 이를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대법원도 같은 결론은 내렸다. 재판부는 ‘책임한정특약’이 약관법에서 정하는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책임한정특약은 수분양자가 공급계약의 체결 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자에게 설명 의무가 없는 때는 해당 약관 조항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소송당사자인 특정 고객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인지를 중심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거래상 일반성’과 ‘고객의 예측 가능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책임한정특약이 신탁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래 경험이 몇 번 되지 않고 관리형 토지신탁 등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수분양자의 입장에서 별도의 설명 없이 책임한정특약의 존재 및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