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공공재, 국가가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할 때"

사회

뉴스1,

2026년 4월 06일, 오전 06:30

이재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대는 관악에 갇힌 섬이 아니라 전국의 대학과 연결된 '스마트 휴먼 그리드 플랫폼'이 돼야 한다."

이재영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서울대 사용법'은 어떻게 보면 생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고등교육 정책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 거점 국립대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이다.

하지만 오해다. 제목은 '서울대 사용법'이지만 사실은 '국가와 국민의 관점에서 서울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대'를 말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대학 전체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질문을 담았다.

최근 뉴스1에서 만난 이 교수는 서울대가 세계적 연구 역량을 갖춘 '글로벌 중추대학'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지역 거점 국립대를 '국가중추대학'으로 육성해 '스마트 휴먼 그리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 책 제목이 '서울대 사용법'이다. 어떤 의미인가.

▶ 서울대를 내부 구성원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의미다. 서울대는 국민의 세금과 관심으로 성장해 온 대학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공공재로서 서울대를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할 때가 됐다. 특히 올해가 서울대 개교 80주년이다. 앞으로 100년, 200년을 바라보며 서울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이런 제목을 붙였다.

- 책에서 제안한 '국가중추대학'은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과 어떤 차이가 있나.

▶ 현재 논의는 재정 투입을 통해 지역 거점 국립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수많은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있었지만, 재정 투입만으로 지역 대학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국가중추대학'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재정 지원을 넘어 대학의 모습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다. 서울대는 '글로벌 중추대학'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 거점 국립대는 각 지역의 '맹주'를 넘어 국가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중추대학'이 돼야 한다. 국가중추대학과 글로벌중추대학이 연대해 거대한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다는 '스마트 휴먼 그리드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 '스마트 휴먼 그리드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다. 어떤 의미인가.

▶ 서울대가 관악산에 갇힌 섬이 아니라, 다른 지역 거점 대학들과 촘촘하게 연결된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지역 대학에 AI 데이터 센터를 인프라로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학과 지자체, 연구소가 연결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서울대와 지역 대학이 하나의 '집체 대학'처럼 기능하며 하버드나 MIT 같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추게 된다.

- 지역 대학을 '국가 중추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 단순한 특성화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지역 대학에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센터는 현대 문명의 인프라이자 플랫폼이다. 이를 지역대학에 두면 지역 산업체, 연구 기관, 지자체가 대학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서울대가 '스마트 휴먼 그리드'의 플랫폼이 되듯 각 지역 대학도 그 지역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행정 대통합'과 맞물려야 한다. 부·울·경, 대구·경북, 충청·세종 등 광역 단위의 행정 통합이 이뤄져야 경제 규모가 커지고, 그 안에서 대학이 배출한 인재들이 정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 대학만 키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인재가 유출되지 않는 자생적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한 지역 사립의 우려가 크다.

▶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자칫하면 10개 대학을 살리려다 200개 대학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국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대학이 성장하면 젊은 인구가 지역에 머물게 되고, 그 안에서 사립대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이재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코로나 시기 한 학생의 "대학은 왜 아직도 필요한가"라는 질문 때문이었다고 했다.

▶ 그렇다.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한 학생이 그런 질문을 했다. 집에서도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지식을 얻을 수도 있는데 굳이 대학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을 계기로 대학의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20세기의 대학이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관계망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돼야 합니다. 이를 '스마트 휴먼 그리드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 대학 교육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기초 지력'이고 다른 하나는 '용기 교육'이다. 기초 지력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적 토대다. 용기 교육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힘이다. 이 두 가지는 단순한 취업 교육만으로는 얻기 어렵다. 대학이 이런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 앞으로 대학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할까.

▶ 대학은 '평생 고등학습 플랫폼'이 돼야 한다. 지금은 젊은 시기에만 대학에 다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60세가 넘은 사람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면 대학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대학은 젊은이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지적 교류를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서울대를 억제하거나 분산할 대상이 아니라 국가 도약을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자산으로 보자는 것이다. 제대로 사용한다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패권 시대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가지다. 하나는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선도하는 것, 다른 하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실험하는 것이다. 특히 공학·과학 분야에서 세계를 앞서가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 이재영 교수는 서울대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학신문 부주간, 교무부처장, 학생처장, 기초교육원장, 인문대학장, 한국연구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특히 중등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 대표 중·고등학교 영어교과서(천재교육)의 대표저자이며 현재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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