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는 근로자일까?…"근로자 추정제, 부실 입법탓 혼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6일, 오전 07:07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권리밖 노동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중인 ‘근로자 추정제’(근로기준법 개정안)와 ‘일하는 사람 권리에 관한 기본법’ 패키지 입법을 두고, 학계에서는 제도 간 역할과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부실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두 제도가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하지만, 한쪽은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다른 한쪽은 별도의 보호 체계를 만드는 구조여서 제도 간 기능이 겹치거나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과 교수(사진)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으로 보호하고, 그 밖의 노동자는 별도의 기본법으로 보호하면 되는 구조라면 근로자 추정제를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다”며 “두 제도를 함께 두는 순간 적용 체계가 중복되거나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권리 밖 노동자 보호’ 근로자 추정제+일하는 사람 기본법 패키지 추진

근로자 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별도의 판단 없이 일단 근로자로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 측이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하지만, 개정안은 이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금·퇴직금 등 민사 분쟁뿐 아니라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등 근로자 개념을 전제로 한 다른 노동관계 법률에도 적용돼, 노동자가 보다 쉽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함께 추진되는 ‘일하는 사람 권리에 관한 기본법’은 고용 형태나 계약 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노무 제공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공정한 계약 체결과 보수 지급, 부당한 계약 해지 제한, 사회보험, 안전·건강 보호 등 기본적인 권리를 규정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두 제도를 패키지로 추진하며, 기본법이 보호 범위를 넓히고 근로자 추정제가 분쟁에서 입증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전형 노동자까지 법적 보호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절인 5월 1일까지 입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 “근로자 추정, 근기법 포괄 적용…현실과 맞지 않는 조항과 충돌”

이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시 근로기준법에 전면 적용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근로기준법 104조에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게 핵심이다.

그는 “노동자임에도 입증이 어려워 보호받지 못하는 ‘오분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형벌 규정을 포함한 근로기준법에 이를 적용하는 데 따른 부담까지 함께 고려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적용 범위와 기준이 불명확한 방식으로 타협한 입법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정을 할지 여부는 입법자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지만, 선택했다면 최소한 적용 가능한 조항과 그렇지 않은 조항을 구분하는 등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이 법에 따른 분쟁’이라는 식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면, 적용 자체가 어려운 조항까지 함께 묶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게시간 보장, 상시근로자 수 산정 같은 규정은 일한 시간을 기준으로 적용되는 제도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처럼 업무 시간보다 결과물이나 건별 계약 중심으로 일하는 경우에는, 이런 기준 자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근로기준법은 사업장 내에서 일정 시간 일하는 전형적인 노동자를 전제로 설계된 법”이라며 “시간이 아니라 결과물 중심으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 교수는 근로기준법이 형벌 규정을 포함한 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은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한 법인데, 입법자가 ‘적용 안 되는 조항은 당사자가 알아서 걸러라’는 식으로 법을 설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무엇이 처벌 대상인지 불명확해질 수 있고, 이는 ‘어떤 경우에 처벌되는지 법에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죄형법정주의)과 충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에서는 ‘민사 분쟁에만 적용된다’고 설명하지만, 현실에서는 노동감독관이 개입해 사실상 형사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 “일하는 사람 기본법 있으면 근로자 추정제 필요 없어”

이 교수는 정부가 설명하는 ‘근로자 추정제 +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보완 관계라는 논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두 제도를 패키지로 제시하며 기본법으로 권리 사각지대를 메우고, 추정제로 근로자성 입증 부담을 줄인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의 판단은 다르다.

그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은 기존 근로자로 두고, 그 밖의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으로 보호하면 되는 구조라면 근로자 추정제는 애초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면 결국 모든 노동자를 근로기준법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인 만큼 별도의 기본법을 만드는 이유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입법이 노동계의 오분류 문제 제기와 경영계의 형사처벌 우려를 동시에 고려해 나온 ‘타협의 산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동계의 오분류 문제 제기를 반영해 근로기준법에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형사처벌 확대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를 고려해 기본법은 선언·지원 중심으로 설계된 결과 제도 전체가 어정쩡해졌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책임 규정을 약하게 만드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제도 전체가 어중간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근로자 추정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며 “지금처럼 뭉뚱그린 입법은 결국 현장 혼란과 분쟁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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