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후 재취업' 월급 반토막"…고령층 일자리 '질' 개선 시급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3:37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고령화 영향으로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을 비롯해 일자리의 질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직무에 재취업하는 경우에는 기존에 받던 월급에서 절반 넘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은퇴를 앞둔 고령층을 위한 ‘연속적 일자리’ 확보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 신청을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고령자의 노동시장 이행 연구’에 따르면 은퇴한 60대 초반 근로자 중 한 직장에서 5년 이상 일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34.1%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66.7%와 비교하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반면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인 비중은 한국이 34.7%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은퇴 이후 지금까지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직무로 재취업하는 경우에는 임금이 절반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년 이후 1년 이내에 이직 후 재취업한 60대 초반의 임금은 51.9% 감소했다. 재고용 제도를 통해 같은 직장에서 일을 계속하는 같은 조건의 고령층 임금은 10.2% 하락하는데 그쳤다. 재고용과 재취업 제도의 임금 하락률이 5배가량 차이 나는 셈이다.

‘정년 후 재고용’은 정년퇴직하는 고숙련 인력을 기간제(촉탁직) 등으로 다시 고용하는 제도다. 최근 LG전자, LS일렉트릭 등이 숙련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데, 대기업 사이에서 정년 연장 대신 ‘정년 후 재고용’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정년 후 재취업’은 퇴직 후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는 것인데 완전히 새로운 업무에 종사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하던 경력을 살리기 어려워 임금이 크게 낮아지는 등 사실상 경력 단절이 나타나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은퇴를 앞둔 고령층이 ‘동일 사업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정책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년 후 재고용도 단순 수치 증가에만 주목하지 말고 근본적인 고령층 일자리의 질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단순히 일하는 기회만 제공하기보다는 적정한 임금 수준과 근로환경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퇴직을 앞둔 고령자에게 전직 지원이나 직무 재교육 기회를 제공해 새로운 일자리로 원활히 이동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고령자 고용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과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에 지원금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해 양질의 일자리 확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궁극적으로 고령자의 안정적인 생계 보장과 노동시장 참여율 제고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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