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4시간’ 뺑뺑이에…쌍둥이 1명 사망, 1명 뇌손상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8:56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대구에서 쌍둥이를 가진 임신부가 조산 통증을 겪던 중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을 전전하다 아이 한 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졌다.

7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미국 국적의 28주 차 임신부는 이날 오후 조산 통증을 느꼈다.

사진=KBS 캡처
남편 A씨는 이날 밤 10시 16분쯤 대구 한 산부인과에 진료를 문의했으나 “진료 이력이 없으니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튿날 새벽 1시가 넘어 임산부의 통증이 심해지자 A씨는 오전 1시 39분쯤 119에 신고했다. 이후 약 10분 뒤 임신부는 구급차에 실려갔지만 이들은 호텔 앞에서 50여 분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당시 구급대원은 대구의 대형 병원 7곳에 모두 연락했지만 모두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 “신생아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등의 답변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고, 이동 중 119와 연락을 이어가며 이송 가능 병원을 찾았다.

혼선은 이동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경북 구미 선산IC에서 119구급대를 만났지만 환자 정보 전달과 이송 방향을 둘렀나 혼란으로 시간이 지체됐다.

이후 충북 음성 감곡IC에서 다시 119구급대를 만나서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이 이뤄졌다. 당시 임산부는 이미 양수가 터지고 혈압 저하가 나타난 상태로 기록됐다.

임산부는 신고 약 4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 직후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뇌 손상이 확인돼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119 응급의료 시스템이 문제가 있었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대구소방본부와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가 합동으로 진행한 브리핑에 따르면 당시 구급대는 총 7곳에 수용 여부를 확인했지만 ▲신생아집중치료실 병상 부족 ▲산과 전문의 부재 ▲신생아 치료 역량 부족 등의 이유로 수용이 거부됐다.

본부는 “대구는 2023년 8월부터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 제도를 도입해 초응급 중증환자의 경우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병원을 선정해 통보하고 즉시 이송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며 “다만 이 건 같은 경우에는 산모가 출산을 하더라도 28주의 쌍둥이를 케어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이 모두 갖춰진 곳이 필요했는데, 신생아 중환자실이 다 찼거나 전문 의료진이 없어 소방의 직권 이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흥준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 산모의 경우 병상이 있어야 했지만 권역모자의료센터와 지역모자의료센터 모두 병상이 풀이거나 전문의가 없었다”며 “직권 이송에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었고, 직권 이송을 하더라도 응급실에서 선 처치 후 배후진료과가 있는 곳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이 경우엔 배후진료 인프라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헬기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이송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임산부의 조건이 헬기 이송으로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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