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느는데…`저위험권총` 도입 하세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전 05:56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대응책으로 야심차게 내놓았던 ‘저위험 권총’ 보급 사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현장 경찰관들에게 보급됐어야 했지만 전국 배치는 2029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더욱이 정치권 일각에서 ‘사회적 의견 수렴’이라는 단서까지 달면서 예산 책정에 소극적이라 이 계획마저도 예정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실탄 권총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테이저건의 단점을 보완해 강력범에 대한 물리력 대응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란 현장 경찰관의 기대를 받은 저위험 권총이 애물단지가 된 모양새다.

저위험 권총(사진=뉴스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오는 5~7월 저위험 권총 도입의 적정성을 묻는 ‘대국민 설문’과 ‘공청회’를 진행한다. 정부가 지난 2023년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1인 1총’ 보급을 선언하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힌 지 2년 반이 지난 시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외부 전문기관이 설문조사와 공청회를 함께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저위험 권총은 플라스틱 탄두를 사용해 살상력을 기존 38구경 리볼버의 10% 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당초 4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6년까지 2만 9000정을 보급하려고 했지만 ‘안전성 검증’과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실제로 경찰이 2023년과 2024년 실시한 성능 테스트에서 일부 항목이 기준에 미달해 개선작업을 실시했다.

정치권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026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적 책임 우려로 총기 사용을 꺼리는 상황에서의 고육지책”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했고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살상력이 낮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힘을 실었다. 반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적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고무탄 등 다른 대안 검토를 요구했다.

결국 국회는 저위험 권총 및 저위험탄 구입 예산 214억 3900만원을 기획재정부 ‘수시배정 사업’으로 설정했다. 이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사업의 적정성이 인정된 경우에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달아 제동을 건 것이다. 예산 집행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산 집행이 까다로워지면서 현장 배치 로드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일단 올해 하반기부터 각 시·도경찰청별로 1년간의 사전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부산 등 주요 지역의 시범 운영은 2027년 하반기에나 시작해 전국적인 보급 완료는 당초 목표보다 3년 늦어진 2029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입이 늦어지는 만큼 경찰관의 대응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책임소재 탓에 실탄 사용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테이저건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경기도 안산에서 거구의 흉기 난동범이 테이저건에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난동을 부린 사례도 있다.

한 현장 경찰관은 “현재의 총기는 사용 시 대내외적으로 소송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서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다들 저위험 권총 도입을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저위험권총에 대한 현장 경찰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실시한 수용성 평가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경찰관의 99%가 저위험 권총의 휴대성과 적은 반동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소음 항목은 100%, 레이저 표적지시기의 효과성은 89.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격에 참여한 경찰관들은 “반동과 소음이 적어 사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살상위험이라는 심리적 부담이 적어 긴급 상황 대처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사회적 적정성을 인정받은 뒤 차질 없이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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