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214%' 30대 싱글맘 죽음 내몬 '악마 추심'의 결말 (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4일, 오후 04:47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30대 싱글맘을 죽음으로 내몬 불법 사채업자 ‘풍실장’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비록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공소사실에 적시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의 추심 행위가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만큼 가혹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사진=연합뉴스)
◇살인적 고리와 인격 파괴적 추심… 비극의 전말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판사 김태현)은 8일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31)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717만1149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4년 7월 피고인 김 씨가 유치원생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싱글맘 A씨에게 접근하며 시작됐다. 김 씨는 무등록 대부업을 운영하며 A씨에게 연 이자율 최대 5214%라는 살인적인 고리를 적용했다. 그는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가족과 지인, 심지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연락처를 받아내며 피해자의 삶을 담보로 잡았다.

A씨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김 씨는 388회에 달하는 야간 협박 문자를 보내고 지인들에게 신상 정보를 유포하는 등 인격 파괴적인 불법 추심을 일삼았다. 결국 극심한 공포와 절망을 견디지 못한 A씨는 2024년 9월 “남겨질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범행이 경제적 약자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한 악질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채무자들과 그 주변인을 상대로 입에 담기 힘든 인격적 욕설과 협박을 일삼았다”며 “결국 홀로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채무자가 생을 포기하는 비극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망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 “비록 공소사실에 직접 기재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는 한 사람이 생을 포기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가혹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 자체에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국제문자’ 유죄, ‘칼 사진’ 무죄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공모 관계와 증거 능력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추심 예고 직후 국제번호로 협박 문자가 온 점 등을 근거로 ‘풍실장’과 추심팀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피해자 모친에게 ‘칼 사진’을 보내 협박했다는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의 무결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성명불상의 제3자가 보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 구형량인 징역 8년의 절반 수준인 4년이 선고된 데에는 이러한 일부 무죄 판단과 피고인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고려됐다.

이번 판결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강조해온 ‘불법 사금융 근절’ 의지와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11월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살기 위해 빌린 돈이 삶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에는 국무회의를 통해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연 60%가 넘는 초고금리 대출이나 협박·폭행이 동반된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까지 전부 무효화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서민 금융의 덫을 걷어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김 씨에 대해 내렸던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법정에서 즉시 재구속했다. 과거 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김 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김 씨는 향후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7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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