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4명중 1명은 투잡·N잡…“근로자 추정제, 생계에 치명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후 07:02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정부와 여당이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위해 추진 중인 ‘근로자 추정제’를 두고 정작 실제 수혜 대상자로 거론되는 대리운전 기사들 사이에선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리운전을 부업으로 하는 기사들은 이미 기존 직장과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제도 편입이 현실과 맞지 않는 데다, 본업 노출과 소득 감소 등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대리운전 기사 26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리운전산업 고용·산재 보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는 전업 기사였지만 23.2%는 투잡·N잡 형태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었다. 단기·일시적 아르바이트도 2.8%였다. 대리운전이 전업 노동뿐 아니라 부업형 일자리로도 적지 않게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월평균 순수익은 150만~250만원이 37.5%로 가장 많았고, 150만원 미만이 36.9%, 250만~400만원이 25.6%였다. 전체 응답자의 74.4%가 월 순수익 250만원 미만이다.

대리운전 업계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사업자들이 향후 법적 분쟁에 대비해 기사들에게 사업자등록이나 근로계약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투잡 형태로 일하는 기사들이다.

이들은 이미 본업이 있는 경우가 많아 대리운전까지 일률적으로 근로자 틀에 편입시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투잡 기사들의 불안감은 컸다. 보험 의무 가입으로 인한 본 직장 노출 가능성에 대해 투잡 기사 가운데 53.9%는 “매우 우려된다”, 25.3%는 “다소 우려된다”고 답해 우려 응답이 79.2%에 달했다.

다른 직장 가입자에 대해 이중 납부 예외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74%나 됐다.

현장 기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보험료는 내는데 혜택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콜 1건마다 보험료가 즉시 선차감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4.2%였지만, 현행 징수 방식이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70%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보험료 납부가 실수령액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69.5%였고, 실제로 최근 대리운전업 관련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은 98.7%, 최근 3년 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은 97.4%에 달했다. 응답자의 65%는 이 제도를 “철저히 비용(세금) 부담일 뿐”이라고 인식했다.

업계는 근로자 추정제가 취약노동자 보호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대리운전처럼 전업과 부업, 단기 알바가 혼재한 업종에서는 현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사들은 일률적인 의무 적용보다 선택권 보장을 원했다.

실태조사에서 “의무가 아닌 선택권,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응답은 80.4%였고, 현 제도가 전업·투잡·알바 등 다양한 종사 형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84.5%에 달했다.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가입 선택권 보장 39.4%, 전업·부업 구분 적용 30.4%가 꼽혔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대리운전 업계 현실을 외면한 획일적 추정과 일괄 징수는 또 다른 생계 부담만 키울 수 있다”며 “현장 실태를 반영한 업종별 정비와 기사들의 가입 선택권 보장이 먼저”라고 말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이 2026 제1회 좋은일자리포럼 토론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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