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정착해도 청년 일자리 확충엔 한계…산별교섭 전환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후 06:08

[이데일리 서대웅 조민정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체제 아래 기업별 교섭은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산별교섭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8일 일자리연대·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데일리가 공동 주최한 ‘2026 제1회 좋은일자리 포럼’에서 배진한 일자리연대 상임대표(충남대 명예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와 원청 사용자 간 교섭 길이 열렸으나, 기업별 교섭 체제를 넘어 산업별 교섭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026 좋은 일자리 포럼'이 8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일자리 효과: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열렸다. 배진한 일자리연대 상임대표가 ‘최근 노동법제 동향과 과제’를 발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사용자단체 교섭역량 키워야”

배 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하청 간 양극화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에게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정착해도 기업별 교섭이 이뤄지는 한 원·하청 양극화 해소, 좋은 일자리 확충, 노사 관계 안정화 등을 꾀하는 데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배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사용자 업무가 폭주되는 분위기는 아직 감지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적기납품체제(JIT) 및 원·하청 동기화 작업 관행이 정착한 자동차나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본격화하면 원청 사용자의 교섭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섭 과정에 드는 비용은 물론 교섭 결과에 따른 제반 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원청 사용자와 교섭 가능한 하청 노조는 근로조건이 개선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하청 노조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이제는 확실한 산별교섭으로 가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정 산업에 속한 노조라면 원·하청 구분 없이 사용자 단체와 교섭하게 돼 지금보다 많은 하청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하청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빈일자리’ 문제 해결은 물론, 청년 일자리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배 대표는 내다봤다.

배 대표는 산별교섭 환경이 조성된 은행산업을 시작으로 산별교섭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산별교섭 도입 안건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용자단체가 교섭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도 짚었다. 배 대표는 “노조에 비해 사용자단체는 조직적이나 리더십 면에서 준비가 돼있지 않다”며 “사용자단체의 강력한 산별교섭 역량 강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산별교섭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활한 산별교섭을 위해 지금의 산별노조는 전자·자동차·조선·철강 등 소분류별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불법적인 작업장 점거 등 관행을 근절하는 준법 분위기 형성과 함께 노사 자치주의 확립도 강조했다.

2026 좋은 일자리 포럼이 8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일자리 효과: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열렸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노동시장 현황과 이슈’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일하는사람기본법, 일자리 줄일 수도”

이날 포럼에선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노동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 패키지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와 플랫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지만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운영 비용이 증가하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처럼 고용 비용을 높이는 법과 규제는 노동수요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동반한다”며 “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데,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비용이 높아진다고 대기업이 당장 문을 닫진 않지만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고, 영세기업은 직격탄을 맞아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자 추정제는 민사 소송이 발생했을 경우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도 근로자로 ‘추정’하는 것이 골자다. 근로자로 우선 인정되면 사업주가 반증하지 않는 이상 배달 라이더도 최종적으로 퇴직금을 받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 모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웹툰·방송작가, 택배기사, 배달 라이더, 가사도우미 등 기존 노동관계법 권리 밖에 놓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배 대표는 “(패키지 법안 영향으로) 플랫폼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노동자에게 어떤 기회가 생길 지 불확실한 부분이 상당히 높다”며 “플랫폼 노동자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사회보험료, 수급요건, 전속성 등에서 다양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정교한 차등 방식을 두기 위해선 합리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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