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상가 임대차가 종료됐더라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이 양도된 경우 새로운 소유자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해 보증금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A 씨가 B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건물 인도 등 소송에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부분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서울 서초구 일대 재건축 정비구역 내에서 와플 커피숍 체인점을 운영하던 A 씨는 2021년 이주 통보를 받았으나 점포를 비우지 않다 이듬해 4월 강제집행으로 퇴거했다. B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를 거쳐 2022년 1월쯤 상가건물에 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A 씨는 B 조합이 기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해 점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임대차 보증금 2000만 원과 권리금 1000만 원, 영업을 계속했다면 얻었을 영업이익 576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B 조합이 점유자를 A 씨가 아닌 제삼자로 잘못 특정한 채 강제집행을 진행했다며 점포 인도를 요구하고, 강제집행 비용에 관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 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점포 인도 청구에 관해 "이 사건 인도 집행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강제집행이 적법한 이상 A 씨의 의사에 반해 점포에 대한 사실적 지배를 빼앗겼더라도 점유침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임대차 계약이 특약사항에 따라 조합이 통보한 이주 기간 만료일에 적법하게 종료됐다고 보고, 보증금 반환과 손해배상 청구도 모두 배척했다. 임대차 종료와 함께 상가임대차법상 대항력(임차인이 제삼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도 소멸했다고 본 것이다.
2심은 강제집행 비용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에 관해선 별도 소송으로 다툴 필요가 없다며 각하하되, 나머지 보증금 반환과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결국 1·2심은 모두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이후 조합이 점포를 취득한 점 등을 들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합의 보증금 반환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기간 만료나 당사자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한다"며 "부동산이 양도되는 경우 양수인에게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B 조합이 이전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도 넘겨받는다고 봤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에 대해서는 조합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았다는 전제는 잘못됐지만 권리금 회수 방해는 인정되지 않아 결론은 유지된다고 판시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