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전철 있지만"…`홀짝제` 시행에 뿔난 지방 공무원들(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9일, 오후 07:36

[이데일리 김현재 김응열 기자] 공공기관 차량 2부제(홀짝제) 시행 이후 일부 공무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공직 사회를 중심으로 대책 없는 일방적 제도 시행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성토가 나온다. 직접 방문하는 업무의 경우 차질이 불가피해 행정서비스가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도청 소속 공무원 A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홀짝제로 규제하는 게 능사겠느냐”며 “국가적 비상 상황이라는 건 알겠지만 출장 업무에도 차질이 있을 것 같은데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 출근에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평소 출근 시간의 2배다.

충북도 내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 B씨는 “동료 직원들이 벌써부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은 지하철은 고사하고 버스 등 대중교통도 마땅치 않은데 통근버스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청사 내 주차가 어려워지자 청사 주변 주차 가능 지역에 풍선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B씨는 “일부 직원들은 청사 주변 공영주차장이나 주택가에 주차하기도 했다”며 “보여주기식 2부제 운행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경기 군포시청 주차장에서 직원들이 안내문을 차량에 부착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확산되자 8일부터 공공기관은 2부제, 공영주차장은 5부제를 시행하고 민간은 자율적 5부제를 유지키로 했다. (사진= 뉴시스)
특히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행정서비스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관용차가 충분치 않은 일부 기초지자체는 출장 과정에서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차량 홀짝제 시행으로 발이 묶였다. 강원도 양구군에 근무하는 C씨는 “우리 지역 공무원들은 대부분 자차를 이용해 출장을 간다”며 “2부제 시행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히 현장에 나가야 할 일도 있는데 걱정”이라고 전했다.

출장 등 행정업무에 사용되는 관용차가 2부제에 걸려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충북도청에 근무하는 C씨는 “관용차 끝자리가 홀수라 운행을 못한 사례도 있었다”며 “에너지 절감 취지는 공감하지만 행정서비스에 차질이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교사들도 학교가 2부제 적용 예외 조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 등교시간에 맞춰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 조정이 불가능해서다. 강원도내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 등교 시간이 늦어지지 않는 한 교사들의 출근 시간도 바뀔 수 없다”며 “특히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큰 지방의 경우 2부제 면제조치가 더욱 시급하다”고 전했다.

특수교사들도 어려움을 표출하고 있다. 특수교사들은 몸이 불편해 등교가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집에 찾아가는 가정 순회교육을 1주일에 2~3일 이상 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수교육에 필요한 교구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많아 자차 이용이 필수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순회교육을 담당하는 특수교사 등은 현장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차량 운행 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홀짝제를 시행해도 출퇴근의 불편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방소도시의 경우 일괄적으로 홀짝제를 적용하기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지방 소도시에서 자동차를 운행한다고 에너지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진 않을 것”이라며 “지방 소도시는 차량 2부제를 유예하거나 5부제를 적용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시행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에너지 절감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지역의 경우 업무시 차량 운행이 필수적인 곳도 많은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차량 말고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에너지 절감을 위한 유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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