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m 차이로 공영주차장 5부제 적용 '희비'…"형평성 없어"

사회

뉴스1,

2026년 4월 09일, 오후 04:51

자원안보 위기경보 3단계 격상에 따라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가 시행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영주차장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2026.4.8 © 뉴스1 최지환 기자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도 차량 5부제 대상인 줄 알고 잘 안 오더라고요." 9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계3가 노상 공영주차장에서 일하는 70대 A 씨는 "차들이 주차장에 들어왔다가도 5부제 대상 주차장인가 싶어서 다시 나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A 씨는 청계3가 노상 공영주차장은 5부제 대상이 아닌데, 고작 도보 10분 거리의 청계2가 공영주차장은 5부제 대상이라 시민들이 헷갈려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 경우 주차난, 관광지 인근, 전통시장, 버스 전용 등의 이유로 33곳의 공영주차장이 차량 5부제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어떤 곳이 제외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고 기준도 객관적이지 않아 시민들의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일대 상인들은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600m 차이로 5부제 적용·제외 '희비'…"형평성 없고 억울해"
이날 취재진은 사전에 청계 3·5·6·8가 노상 주차장이 차량 5부제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청계천 일대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주차장이 차량 5부제에 해당하고 어느 주차장은 제외되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행정적으론 3.3㎞에 달하는 거리 내에 청계1가부터 청계8가까지 공영주차장이 나눠져 있지만 노상 주차장 특성상 실제론 걷다 보면 어느새 다른 공영주차장으로 넘어가 있을 정도로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지도 앱에서도 5부제 시행 여부를 알 수 없어 더 혼란스러웠다.

인근 상인들과 주차 요원들조차도 차량 5부제 적용 여부를 헷갈려 했다. 청계3가 공영주차장은 차량 5부제 대상이 아님에도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 일대 주차장 모두 5부제가 적용된다"고 취재진에 설명하기도 했다. 주차요원 또한 "평화시장에서부터 여기 청계3가까지 쭉 차량 5부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9일 청계2~3가 공구상가 앞 노상주차장에 차량이 주차하고 있다. 2026.4.9 © 뉴스1 유채연 기자

한편 청계3가 주차장에서 불과 600m 떨어진 청계2가 주차장에선 5부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이곳에선 "비슷한 상권들인데 어떤 기준으로 5부제를 적용·제외하는지 모르겠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청계2가에서 전선·조명기구 가게를 운영하는 이종국 씨(72·남)는 평소 거래처가 노상주차장에 주차하면 물품을 실어서 보내주는 식으로 거래했는데, 5부제 시행 때문에 주문이 끊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씨는 "엄연히 말하면 청계2가도 시장 상권인데, 우리에게 5부제를 적용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5부제가 시행되지 않는 청계 3·5·6가 쪽은 사람들이 직접 가서 물품을 사는 것이라면, 우리는 거래처가 용달을 보내면 실어주는 식인 게 다를 뿐이다. 매출도 여기가 훨씬 많다"며 "장사하려면 주차가 필수 조건인데, 단속 나올까 봐 거래처들 주문이 확 끊겼다"고 지적했다.

청계2가에서 공구 상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63·남)도 "여긴 전부 작업 차량이 많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차가 물건을 많이 싣고 왔다 갔다 해야 한다"며 "평화시장 쪽도 이런 쪽 장사하는 건 똑같은데 거긴 5부제 시행을 안 하는 건 특혜고 차별"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 문 모 씨(49·남)는 "5부제 단속된 것 때문에 벌금이라도 내면 얼마나 억울하겠냐"며 "누구는 5부제 적용 안된다고 봐주고 형평성이 없으니 서로 더 억울하다"고 했다.

9일 청계2~3가 공구상가 앞 노상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에 물품을 싣는 모습. 2026.4.9 © 뉴스1 유채연 기자

'5부제 제외' 기준 모호…관리 주체 달라 명단도 부정확해
5부제에서 제외되는 공영 주차장은 서울 내 총 33개로, 기후부 세부 지침에 따라 서울시, 자치구, 서울시설관리공단이 협의해 선정했다.

전통시장 인근 주차장 8개와 남산·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같은 관광지 인근 주차장 6개, 주거 밀집 지역으로 주차난이 우려되는 주차장 9개,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 10개 등을 제외했다는 게 서울시설공단의 설명이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과 상가 밀집 지역의 노상 주차장들도 5부제 대상에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5부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상가 밀집 지역의 '밀집'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하는지 등의 기준은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상권이라도 자치구의 판단에 따라서 5부제가 해당하는 곳과 아닌 곳이 나뉜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청계천 일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평화시장, 광장시장 등에 인접한 청계 3·5·6가 주차장은 5부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상가가 몰려있지만 시장과 맞닿아있지 않단 이유로 청계 1·2·7·8가 주차장은 5부제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일반 시민이 5부제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일일이 지자체나 시가 발표한 5부제 명단을 확인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명단들도 정확하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공영주차장 관리 주체가 제각기라 서울시가 발표한 5부제 공영주차장 명단과 지자체가 발표한 명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묘 공영주차장의 경우엔 종로구가 아니라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기 때문에, 종로구가 발표한 5부제 시행 대상 공영주차장 명단에 없다.

즉 시민들이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발표한 명단을 일일이 취합해 보면서 5부제 해당 여부를 알아봐야 한단 뜻이다. 현재로선 이를 보완해 한 눈에 공영주차장 5부제 적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 기반 서비스도 없는 상태다.

종로구 5부제 시행 공영주차장 목록에 종묘 공영주차장은 포함되지 않은 모습. 실제론 종묘 공영주차장은 5부제 시행 대상이다. (종로구청 제공)


sinjenny97@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