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남성들을 숨지게 한 이른바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의 피고인 김소영(21)이 첫 재판에서 살인의 고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는 주장인데, 유족들은 피고인이 인공지능(AI)까지 활용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촉구했다.
강북 모텔 연쇄 살인사건 피의자 김소영이 12일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9일 오후 살인,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소영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연두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들어선 김씨는 재판장의 권고로 마스크를 벗은 뒤 무표정한 모습으로 재판에 임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시의 한 카페 주차장에서 피해자에게 향정신성 의약품 알약 가루를 섞은 음료를 건네 상해를 입혔다. 이어 지난 1월과 2월, 서울 강북구의 모텔에서 치사량이 초과된 약물을 섞은 음료를 숙취해소제인 것처럼 속여 건네 남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김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에게 음료를 준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음료를 마시고 잠들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특수상해나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만 인정한다는 취지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가 경험한 가장 냉혹하고 계획된 연쇄살인 범죄”라고 규정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김소영은 지난해 12월 첫 범행에서 피해자가 죽지 않자, 챗GPT를 통해 약물을 얼마나 더 타야 사람이 죽는지 학습한 뒤 기어코 독살을 실행했다.
남 변호사는 “가해자는 자택에서 칼자루로 50알이 넘는 알약을 직접 빻아 가루로 만드는 등 지독하게 치밀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미필적 고의를 넘어선 확정적 살인 고의가 인정되는 만큼 사형을 선고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이날 피해자의 지인 등으로부터 취합한 총 94부의 엄벌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강북 모텔 연쇄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측 남언호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강북 모텔 연쇄살인사건 김소영 1차 공판기일 출석 전 입장을 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고의의 입증’과 ‘범행 동기’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오병희 부장판사는 “첫 사건은 특수상해, 이후 두 사건은 살인으로 기소됐는데 사건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길지 않다”며 “왜 앞은 상해이고 뒤가 살인인지 그 고의의 변동 과정을 집중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씨는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희망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변호인 의견 외에 따로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말하며 무덤덤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7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리며, 이날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