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대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진환 기자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시행 한 달, 법왜곡죄 고발과 재판소원 사건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초기 운용 양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수사 관할과 절차 공백 등 제도 운용의 틀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모습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행 첫날부터 조희대 고발…수사 관할 혼선·처벌 가능성은 회의적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공포·시행된 사법개혁 3법 가운데 법왜곡죄는 시행 직후부터 고발이 잇따르며 사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 등이 권한을 이용해 법령을 잘못 적용하거나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 첫날부터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이유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이후 고발 대상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오동훈 공수처장과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특검)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최근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법왜곡죄와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법왜곡죄 피고발 사건은 총 44건으로 집계됐다. 수사 대상은 경찰은 38명, 판·검사는 30명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공수처에도 지난 9일까지 관련 사건으로 23건이 입건됐다. 이 가운데 법왜곡죄 단일 혐의 사건은 5건으로 확인됐다.
사건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수사 당국은 초기 사건 상당수가 판결·수사 결과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사·사법기관에 대한 불복이 형사 고발로 악용될 수 있다는 당초 우려가 일부 현실화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수사 관할을 둘러싼 혼선도 피할 수 없었다. 공수처법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에 이첩해야 하지만, 판사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실제 조 대법원장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에 동시에 고발장이 제출되면서 관할이 중첩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공수처 수사 범위에 법왜곡죄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 부서에 배당한 뒤 법왜곡죄가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부터 검토하고 있다.
관할 문제가 정리되더라도 실제 처벌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고의적 법 왜곡'이라는 구성요건의 특성상 입증 기준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탓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히 판·검사가 적극적 법 적용을 꺼리는 '보신주의'가 퍼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별개로, 법 왜곡의 고의성 자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 해석과 판단이 재량 영역에 속하는 만큼 형사처벌로 연결하려면 높은 수준의 입증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선 수사기관도 이런 점을 고려해 법왜곡죄 수사 관련 내부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하며 신중하게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재판소원 322건 접수, 전원부 회부 '0건'…'엄격 기준'에 "취지 맞나" 목소리도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 역시 시행 초기부터 사건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시행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일까지 322건이 접수됐지만, 사전심사 결과가 나온 194건은 전부 각하됐다.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1호 사건인 시리아인 강제퇴거 사건을 포함해 이재명 대통령 관련 허위 사실 공표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장영하 변호사,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 등 주요 관심 사건도 모두 사전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헌재는 단순한 재판 불복을 넘어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명확히 주장·소명됐는지를 중심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기본권 보호에 방점을 두면서 심사 기준을 설정하는 동시에 4심제와 사건 적체, 심리 지연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이 엄격한 사전심사가 재판소원 도입 취지에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의 기류를 보면 법원이 법률을 위반했더라도 기본권 침해가 별도로 소명돼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 위반이 없었다는 점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본안 심리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기본권 보호 취지에 더 부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재판소원 접수 건수는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와 같은 엄격한 사전심사 기조가 이어질 경우 둔화하거나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곳곳에 남아있는 절차적 공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재판소원이 인용돼 재판이 취소될 경우 어느 심급에서 다시 재판을 진행할지, 법원·검찰과의 기록 송부 방식 등 핵심 운용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헌재는 매주 전원재판부 평의를 통해 재판소원 제도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검찰·법원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재판소원 시행에 따른 인력 보강도 진행 중이다. 최근 기획예산처에서 예비비를 확보한 헌재는 연구관 20명과 사무처 직원 18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