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하며 익히는 소통·융합…AI로 못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이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05:51

[이데일리 대담=박철근 사회부장·정리=양지윤 기자] “8월 강원도 고성에서 열리는 제16회 한국잼버리는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찾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자연 속에서 함께 생활하며 협동과 개척 정신을 체득하는 가장 스카우트다운 행사가 될 것입니다.”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스카우트연맹회관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번 대회를 한국 스카우트의 저력을 다시 증명하는 터닝 포인트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스카우트연맹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대한변호사협회장 출신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총재는 요즘 에너지 대부분을 스카우트 활동에 쏟고 있다. 그는 “스카우트 활동은 대한민국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청소년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잼버리는 북미 인디언 언어에서 유래한 ‘유쾌한 잔치’라는 뜻의 말로 청소년들이 야영과 공동생활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야영대회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리는 강원도 고성은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잼버리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상징적인 장소로 스카우트연맹에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K팝 등 ‘보여주기’에 치우쳤던 2023년 새만금 세계잼버리와 달리 스카우트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준비 중이다.

한국 대회지만 해외 각국의 관심도 높다. 현재 12개국이 참가를 확정했고 최대 20개국까지 늘어날 것으로 연맹측은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대원과 지도자,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하면 약 3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그는 추산했다.

이 총재는 “휴전선 인접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평화를 잇고, 청정 자연 속에서 지구를 살리는 가치를 공유할 것”이라며 “이 같은 경험이 청소년들이 미래 리더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카우트 활동의 교육적 가치를 언급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다양한 경험을 융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청소년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번 대회가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법조인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 왔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맡게 된 계기는.

△변협 회장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등 모두 각각 의미 있는 역할이지만 이는 특정한 시기의 한 역할일 수 있다. 반면 스카우트는 대한민국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총재직은 단순한 직함이 아니라 ‘사회적 소명’이다. 청소년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은 기성세대가 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평생을 법조인으로서 판례를 통해 현재를 정의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면 이제는 스카우트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 가장 큰 에너지를 쏟고 있다.

-어린 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 경험이 삶이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단복을 입고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협동심과 자립심을 배웠다. 이는 훗날 법조인으로서 마주한 수많은 도전 앞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게 해준 든든한 뿌리가 됐다. 스카우트의 가장 큰 장점은 교실 안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살아있는 인성 교육’이라는 점이다. 대자연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선행’의 습관을 몸소 익히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청소년들을 올바른 세계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최고의 교육 모델이라 확신한다.

-스카우트 활동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 이유는.

△과거에는 좋은 성적과 암기력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AI가 10억장의 법률 정보와 판례를 단 1초 만에 찾아내는 시대다. 결국 인간에게 중요한 건 AI가 갖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과 소통, 융합 능력이다. 스카우트는 어린 대원부터 원로 스카우트까지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며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구조다. 텐트를 치고 밥을 지으며 대면 소통을 하고, 자연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컴퓨터 앞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오는 8월 고성에서 한국잼버리가 열린다. 그 의미는.

△고성은 1991년 첫 세계잼버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 스카우트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린 곳이다. 35년 만에 다시 고성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성공을 추억하는 자리가 아니라 과거 100년의 튼튼한 토대 위에서 한국 스카우트가 나아갈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선포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고성 한국잼버리는 자연 속에서 야영하고, 별을 보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개척정신과 협동정신을 키우는 말 그대로 ‘가장 스카우트다운 행사’를 할 것이다. 특히 휴전선 인접 지역인 고성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평화를 잇고, 지구를 살리며, 미래를 개척한다’는 세 가지 주제로 진행한다. 국내 대표 청정지역인 고성의 자연환경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미래 가치를 함께 전달하겠다.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보나.

△국내에서는 정치적 책임 공방 때문에 저평가된 측면이 컸다. 물론 더위, 방충, 준비 점검 문제 등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잼버리라는 건 원래 자연 속에서 고생하고 부딪히는 행사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취약 요소를 사전에 충분히 점검할 기회를 코로나19로 놓쳤다는 데 있었다. 오히려 해외 총회에 가서 들은 이야기는 “한국잼버리가 괜찮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세계연맹 평가에서도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최선을 다했고 만족도도 상당히 높게 나왔다. 저는 청소년들의 잔치에 정치가 과하게 개입되면서 본래 의미가 퇴색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정부가 청소년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청소년 단체들에 대한 재정적·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대회가 새만금 잼버리 이후 스카우트연맹의 자생력과 실행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청소년 단체 전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주무부처인 성평등가족부의 청소년 단체 관련 예산 편성 자체가 청소년 정책에 대한 관심의 증표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청소년 단체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현장 단체를 통한 지원이 가장 효율적임을 보여주겠다.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는

△1965년 충남 천안 출생 △용문고 △연세대 법학과 졸업 △연세대 법무대학원 법학석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SJD)수료 △사법연수원(30기) 수료 △변호사 개업(서울회) △스폰서검사사건특검 특별수사관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제50대 대한변협 회장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총재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스카우트연맹회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총재실 벽에 걸린 역대 총재 사진을 가리키며 소개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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