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더 길어진 대형산불…초동 대응방식 바꿔야[소방人]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06:11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경북 울진과 강원 강릉 산불의 경험은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산불발생 경향이 달라지고 있으니 우리의 대응도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은 봄철 강원도에 대형산불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기후변화는 최근 다른 지역마저 이곳과 같은 환경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두고 강원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소속 최문영 소방장은 9일 “산불은 더 이상 산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주거지를 위협하는 산불의 도시형 재난화를 언급하면서 우리 사회가 사후 대처가 아닌 예방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영 환동해특수대응단 소방장(사진=소방청)
강원소방본부는 산불 대응 강화를 위해 2018년 전국 최초로 산불 전문 대응부서인 ‘환동해특수대응단’을 조직했다. 최 소방장은 이곳에서 강릉 산불 현장과 경북 울진 산불뿐 아니라 캐나다 산불 현장까지 투입된 배테랑 소방관이다. 여러 화재를 경험한 그는 강원 삼척시의 고포마을을 잊지 못했다.

2022년 3월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불은 바람을 타고 삼척시의 가스공사 앞까지 번졌다. 소용돌이 바람에 날린 불씨는 가까운 고포마을로 옮겨 붙었고 100여 가구는 사방을 에워싼 불길에 고립됐다. 최 소방장은 “불티가 계속 날려서 고글 없이는 눈도 뜨기 어려웠다. 솔직히 다 탈 줄 알았다”며 “다행히 새벽으로 넘어가면서 바람이 잦아들어서 주민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소방장은 이듬해 강릉 산불도 고포마을과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산불은 대부분 사람에 의해 시작하고 발생과 동시에 빠르게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며 “급경사의 산지와 건조한 기후, 강풍이 더해지면 산불은 순식간에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번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릉 산불도 마을을 직접 위협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강원도에서 주로 관찰되던 봄철 대형산불이 남부지방에서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발생시기도 봄에 한정되지 않고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길어져서 산불의 연중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영남지역에는 이례적으로 강풍과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졌고 그해 3월 21일부터 4월 28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대형산불이 6건이나 발생했다. 같은 해 8월 강원 삼척시에는 여름철 최대 피해 면적(33㏊)을 낳은 산불이 발생하는 등 산불조심기간 외에도 일시적 가뭄에 의한 산불이 잦아지는 모양새다.

최 소방장은 산불진화의 초동조치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동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기동성”이라며 “지금 장비는 도시 화재 대응을 중심으로 설계돼 산악에서 운용하기에 무겁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량화한 장비와 소형 기동 수단이 보강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 산불 대응방식을 진화 중심에서 방어와 예방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마을 주변 방화 공간 확보, 내화성 건축 자재 확대, 그리고 초기 대응 속도를 높이는 체계 구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국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실천이 대형 재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문영 강원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소방장이 산불 현장에서 불길을 잡고 있다.(사진=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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