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폭력' 색동원 시설장 첫 재판…'공소사실 특정' 공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후 01:02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여성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시설장에 대한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피고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구체적이지 않아 방어권 행사가 어렵다며 공소장 기재 사항의 특정을 요구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등의 혐의를 받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전 시설장 김모씨(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엄기표)는 1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모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으나 이날 김 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김 씨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의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인 색동원에 입소 중이던 장애인 3명을 강간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를 받는다. 입소자 1명을 드럼 스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도 있다.

김 씨 측은 이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공소 사실을 특정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변호인은 “일부 공소 사실의 일시와 장소, 시기가 지나치게 넓게 잡혀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공소장을 기재하면 피고인의 방어가 불가능한 전제에서 재판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사건의 성격상 고민해보겠다”면서도 “피고인이 자기 주장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하는데 재판이 기사화하고 언론이 압박을 가하면 재판이 어려울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 단체가 재판에 압박을 가하지 않도록 지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건의 핵심 증거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는 이견이 있었다. 김 씨 측은 “피해자 진술 자체가 여러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어 의심스럽다”며 피해자 증인신문을 보류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문가들이 감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사건 관련 주요 증거는 피해자 진술”이라며 “피고인 측에서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참고인들은 대다수가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들이 돼 있어서 증거 의견에 따라 증인 신문 필요 여부는 달라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들의 진술 능력을 고려해 인정하는 공소사실이 얼마나 특정돼야 하는지 관련 부분에서는 많은 검토가 이뤄져 있다”며 “유사 사례들에 대한 판례도 많기 때문에 필요하면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 측 변호인은 “아동·장애인 사건의 특성상 이 정도면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된 것으로 보고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사건들이 상당히 있다”며 “필요하다면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서 증언할 수도 있다. 피해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수 있는 길은 증인 신문 밖에 없을 수도 있는 만큼 재판부가 한 번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피해자 측 변호인은 “증언 능력이 있는 피해자들에게는 증언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증언 능력이 없는 분들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조회를 통해 편안한 상황에서 피해를 진술하는 데 대해 신빙성을 인정해달라”고 제안했다.

현장 검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였다. 김 씨 측은 “사건의 특성에 비춰 재판부가 현장검증을 통해 어떤 구조인지 정확히 보시고 증인의 신빙성 따져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측 변호인들은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첫 공판을 열고 7월까지 매달 두 번식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선고는 8월 말에서 9월 초로 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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