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사건의 발단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와 C씨는 같은 해 5월 24일 각각 망 문모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체불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두 소송 모두 망인이 운영하던 회사에 고용됐다고 주장하며 제기된 것으로, 근로계약 체결 여부, 실제 근로 제공 여부, 근로계약서의 진정 성립 여부 등 핵심 쟁점과 증거가 사실상 동일했다.
A씨는 두 소송 모두에서 상속인 측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그는 제1사건 재판부를 통해 B씨의 신한·기업은행 거래내역을, 제2사건을 통해 C씨의 소득금액증명 및 신한은행 거래내역을 각각 적법하게 취득했다.
문제는 이후 이 자료들을 사용한 방식이었다. A씨는 2023년 1월 5일 제1사건 준비서면에 제2사건에서 확인한 C씨의 소득금액증명과 거래내역을 첨부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제2사건 준비서면에 제1사건에서 확인한 B씨의 거래내역을 증거로 제출했다. 각 사건에서 취득한 금융·개인정보를 다른 사건에 ‘교차’ 사용한 것이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구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상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정당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당 재판부에 제출명령을 재차 신청하거나 문서송부촉탁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자료를 다시 제공받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2차 피해가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2심 역시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구성요건 해당성에 대한 원심 판단은 수긍하면서도 정당행위를 부정한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먼저 두 소송의 구조적 동일성에 주목했다. 민사사건은 주요 쟁점과 사실관계, 증거가 공통되고 일방 당사자도 동일해서다. 피고인이 B씨·C씨의 동일한 주장을 반박하고 그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해당 자료들을 두 사건에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정당한 소송행위라고 평가했다.
정보의 성격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해당 거래내역과 소득금액증명이 사상·신념·건강·성생활 등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자료를 제공받은 제3자가 국가기관인 법원이라는 점, 법원의 열람·복사 절차에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적용돼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이 크지 않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거래내역과 소득금액증명을 법원에 제출한 것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소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