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사진 찍어오기" 요즘 공대서 제일 어려운 '낭만과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2일, 오후 01:52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다시 오지 않을 시절인데 공부하고 스펙 쌓는 것 잠깐 미뤄두고 화사한 봄날을 눈으로 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느끼며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공과대학 교수가 수업 과제로 ‘벚꽃 사진 찍기’를 낸 이유다.

벚꽃 만개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사진=창원시청 제공)
최근 벚꽃 시즌을 맞이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낭만적인 전공 과제’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했다.

과제 내용은 단순하다. “4월 중 벚꽃 개화 시기에 청주시 또는 체류 지역 내 벚꽃이 피는 곳을 방문해 벚꽃 사진을 찍어 제출할 것”이다.

그런데 과제가 출제된 수업이 다름 아닌 ‘공학수학’이다. 공과대학 기초 과목으로 미적분의 기본 개념과 해석 능력이 요구되는 과목이다.

공학수학에서 ‘벚꽃 사진 찍기’라는 과제가 출제된 이유는 과제 공고에서 투박하지만 따스하게 드러났다.

과제를 낸 충북대학교 공과대학 공업화학과 강동우 교수는 “▲공대생의 메말라 비틀어진 감성 향상 ▲따뜻한 봄날에 하루 정도는 계절을 즐겨도 좋지 않을까요?”라고 배경을 밝혔다.

주의 사항도 있다. 집 앞이나 교내에서 대충 찍은 사진이 아니라 반드시 지역의 벚꽃 명소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조건이다. 제출 사진의 메타데이터(EXIF)를 통해 촬영 장소와 일시를 확인하겠다는 교수다운 철저함도 보였다. 사진은 독사진이나 단체 사진 모두 허용되며 각자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누리꾼들은 웃음 섞인 반응으로 “이성 친구와 같이 찍어오기”라는 조건이 붙으면 난이도가 상당히 올라간다고 조언했다.

충북대 공대 강동우 교수가 출제한 '벚꽃 사진 찍어오기' 과제 공고 (사진=충북대)
과제 공고가 대학생 익명 플랫폼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후 SNS로 확산하며 강 교수 과제는 ‘낭만과제’라는 이름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강 교수 과제를 소개한 SNS 게시글에는 수만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이에 강 교수가 직접 댓글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과제 출제한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 교수는 “학생들이 취업 걱정, 자격증 취득,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 등 예전의 활기찬 대학생의 모습과 멀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과제를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출근길, 산책길에 봄날 잘 느껴보시고 즐거운 일들 가득하시길 희망한다”며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 격려의 말씀들 잘 듣고 학생들 잘 배려하고 잘 가르치는 교육자로 성장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한 ‘수업 대체’ 의혹 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수업하기 싫어서” 또는 “학생들 시간 뺏는 게 아니냐”는 비판 댓글도 일부 보였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수업 시간을 활용하는 게 아니고,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날마다 이렇게 벚꽃 구경하며 뿌듯하게 보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동우 교수가 자신의 과제 공고가 SNS에서 화제가 되자 직접 입장을 밝혔다.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강 교수는 지난 2021년 임용된 이후 매해 봄마다 똑같은 과제를 출제해 왔다고 했다.

강 교수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6년째 과제를 내고 있는데 현재까지 불참자 없이 100% 과제물을 제출했다”며 “올해는 ‘벚꽃’ 과제뿐 아니라 가을에 ‘단풍’ 과제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사진은 실제 성적에 반영되지 않고 우수작에 커피쿠폰 또는 일종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홍익대학교에도 강 교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맹상진 교수가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맹 교수는 지난달 30일 홍익대 과제·공지 사이트를 통해 “공학도로서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해 벚꽃 구경을 장려하고자 한다”며 “벚꽃을 관람한 후 인증 사진을 업로드 한 학생에게는 결석 1회를 감면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일명 ‘벚꽃 명소’라 알려진 곳을 표시한 지도도 첨부했다. 지도에는 안양천·국회박물관 인근·경의선숲길·안산자락길 총 네 군데가 강조돼 있다.

그는 “벚꽃을 보고 오지 않더라도 페널티(불이익)는 없지만 다녀와서 인증 사진을 올리면 어드밴티지(이점)를 얻도록 하면 벚꽃을 보고 올 거로 생각해 올해 처음 공지를 내봤다”고 매체에 밝혔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청춘찬스’인데 재학생에 따르면 “청춘찬스라고, 벚꽃 보러 가는 등 이유 불문 결석을 1회 면제해 주던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수업에 빠지면 중요한 내용을 놓칠까 찬스를 써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제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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