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소방본부가 지난 8일 언론에 배포한 오월드 탈출 늑대 '늑구' 사진(왼쪽)은 AI 조작 이미지로 파악됐다. 이 사진을 토대로 수색팀이 출동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자 대전소방본부는 10일 삭제를 요청했다. 오른쪽은 대전소방본부 대원들이 드론 수색을 벌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대전소방본부는 지난 8일 대전 시내에 늑구가 나타났다는 제보를 근거로 언론에 관련 사진을 배포했다. 대전시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늑구가 대전 중구 오월드 네거리 쪽으로 이동했으니 유의하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인근 초등학교에는 자녀를 귀가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몰려 혼란을 빚었고 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9일 하루 휴교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사진은 AI 조작 이미지로 밝혀졌다. 도로의 정지선 모양이 비정상적이거나 이정표의 방향이 실제와 다른 등 조작 흔적이 발견되면서다.
대전소방본부는 뒤늦게 언론사에 사진 삭제와 보도 취소를 요청하며 수습에 나섰다. 허위 제보에 대응 역량이 집중되면서 늑구의 실제 위치를 파악할 기회는 뒤로 밀렸고, 그 사이 늑대의 귀소 본능이 발현되는 초기 대응의 핵심 골든타임 48시간도 모두 경과했다.
이번 늑구 사례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수색이었지만 대형 재난 상황이라면 구조 지연으로 인한 치명적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AI 조작 이미지가 공공 안전 시스템을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는 철도교가 붕괴했다는 정교한 AI 조작 이미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했다. 이에 철도 당국은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나섰으나, 결국 조작된 정보로 확인되면서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
구조 현장의 혼란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1월 티베트 강진 당시 SNS를 통해 유포된 건물 잔해에 깔린 아기 사진, 2024년 10월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헐린’ 수해 현장에서 울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미 상원의원조차 속아 SNS에 공유했을 정도로 정교했지만 모두 AI 조작물이었다.
재난·재해 발생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유포된 AI 조작물(사진=웨이보, 엑스 갈무리)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허위 정보로 시민 보호에 혼선을 주는 행위는 범죄이며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며 “나아가 시민의 직접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까지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촌각을 다투는 위급 상황에서는 사진의 진위를 파악할 시간도 없이 현장에 투입한다”며 “앞으로는 AI 조작 이미지 판독과 작전 수행 여부에 대한 판단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별도 조직을 구축하는 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