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윤용섭(사법연수원 10기) 고문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재판소원제가 4심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같이 선을 그었다. 국민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에게 권리구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단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그는 재판소원제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과 기업들이 납득할 판결문을 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고문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두루 거치며 대법원과 헌재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법조계 원로로 손꼽힌다. 1990년대 초 헌법연구부장으로 헌재에 파견됐을 당시 한정위헌 해석을 둘러싼 헌재와 대법원의 정면충돌을 현장에서 겪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인터뷰에는 TF의 또 다른 주축인 곽상현(21기) 송무그룹 공법쟁송팀 총괄팀장, 오정한(30기) 송무그룹 대표변호사가 함께 했다.
법무법인 율촌 재판소원 TF팀.(사진=이영훈 기자)
윤 고문은 재판소원제가 사실상 4심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우’라며 재판소원이 요구하는 청구사유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청구사유를 보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를 비롯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으로 이 중 세 번째 사유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 다툴 수 없었던 확정된 법원의 판결에 대해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내다봤다. 오 대표변호사도 “재판소원 인용률이 높아질 경우 실질적인 4심제가 될 위험성이 있어 헌재에서도 인용할 만한 사건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고문은 많은 사건을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종결하는 현실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판결문 작성에 대한 부담이나 어려움 등으로 심리불속행 기각되는 일부 불합리한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기대다.
오 대표변호사도 “상고심(3심)에서 본안에 대한 실질적인 재판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고 패소 당사자도 패소 이유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도 있다”며 “최근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된 사건에 관해 실제로 재판소원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고문은 “재판소원제도는 법관들이 재판 절차를 더욱 신경쓰는 등 자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며 “법원 판결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다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예컨대 국가경찰위원회 존재만으로 경찰이 절차적 부분을 신경 쓰게 한 것처럼 재판소원도 법원 재판의 수준을 올리는 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법무법인 율촌 재판소원 TF팀.(사진=이영훈 기자)
재판소원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선 소송 대응 전략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윤 고문은 “앞으로는 소송 초기 단계부터 헌법 쟁점의 존재 여부 검토, 재판소원 가능성 평가, 판결 이후 대응 시나리오 설계 등이 중요한 위험관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소원에서 인용할 만한 사례로는 담합, 조세, 인수합병(M&A) 등 국가기관의 행정처분 관련 사건들을 꼽았다. 윤 고문은 “법령의 합헌적 해석이 문제되는 사건이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율촌이 담당했던 조세감면규제법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으로 절차적인 위반이 문제되는 사건들로는 재판청구권이 침해됐음을 다투는 사건들이 주로 문제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불명확성’ 등 재판소원제 미비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곽 변호사는 “가령 심리불속행 기각 사유가 아닌데 심리불속행한 경우 이를 절차 위반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법령 해석의 문제로 볼 것인지 등 재판소원 청구사유에 관한 법 해석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구체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전심사 기준에 대해서도 “헌재 주심 1명이 각하 여부를 결정하면 개인 성향이 지나치게 반영될 수 있다는, 3명 소부로 결정하면 면면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각각 있다”며 “현재 수백건이 계류돼 있는데 사전심사 기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오 변호사는 “재판소원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며 “향후 헌재 재판소원 운용 방향이 정해지고 그 선례가 집적됨에 따라 우리 사법시스템에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율촌은 헌재에서 인용될 수 있는 재판소원 사건들을 잘 발굴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율촌은 재판소원제 도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시점부터 일찌감치 TF를 꾸렸다. 윤 고문과 오 변호사, 곽 변호사와 함께 조규석(26기) 변호사, 서형석(32기) 송무그룹 헌법쟁송팀장, 권혁준(36기)·권성국(40기) 변호사 등 헌법·행정 소송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들은 재판소원 분석 및 대응 준비 뿐만 아니라 율촌 형사팀을 중심으로 공소청법·중요범죄수사처법·형사소송법 개정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며 변화하는 수사 시스템에 대한 대응도 함께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