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법 규정이 모호하다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감지된다. 복수의 하청 노조가 하나의 원청 사업자를 상대로 ‘쪼개기 교섭’을 요구하면 실질적 지배력 판단을 받기 쉬운 ‘안전’ 의제를 내세운 뒤 개시 후 실질적 지배력이 없는 ‘임금’ 의제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향후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등 원청 사업자의 경영상 판단조차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가 직면할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관련 판례가 쌓이면 법 운용이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 사이 혼란은 오롯이 산업계 몫이다. 다수의 산업재해 수사를 이끌었던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2021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5년여가 흐른 최근에서야 안정적 운용 기준이 될 판례가 쌓였다고 토로할 정도다. 노봉법으로 인해 산업계가 견뎌야 할 혼란의 시간도 꽤나 길어질 전망이다.
판사의 판단에 압박을 가해 법 해석의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법왜곡죄’, 확정된 법원 판결이라도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시 헌법재판소가 이를 뒤집을 수 있도록 해 4심제 논란을 빚는 ‘재판소원’ 등이 있다. 인사노무 전문 한 변호사는 “노사 간 분쟁은 감정적 갈등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기본권으로 점철된 사안인 만큼 법왜곡죄, 재판소원 등 ‘끝까지 가보자’식 소송이 난무할 수 있다”고까지 우려했다.
이쯤되면 ‘법적 안정성’은 그야말로 실종 상태라 할 만 하다. 법적 안정성은 ‘정의’, ‘합목적성’과 더불어 법의 3대 이념으로 꼽힌다. 법은 일정하고 명확하게 유지해야 하며 개인은 자신의 행위가 어떤 법적효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법적 안정성의 핵심 가치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최근 입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뿔만 아니라 시행된 법 규정 대부분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운용에 구멍이 다수 발견되는 경향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시선은 결국 ‘국회’로 향한다. 때마침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입법 활동에 분주한 국회다. ‘특정인·집단’이 아닌 사회 전체가 법에 의해 질서있고 공평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법적 안정성을 부디 잊지 않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