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환자 연쇄 사망' 울산 반구대병원장 검찰 고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4일, 오전 11:26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입원 환자 폭행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울산 반구대병원의 병원장과 행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고가 아닌 병원 측의 보호 의무 소홀로 인한 중대한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이숙진 인권위 상임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인권위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폭행 사망 사건' 관련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석지헌 기자)
◇5년간 5명 변사 신고… “관리 체계 사실상 붕괴”

인권위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브리핑을 열고 울산 반구대병원의 입원환자 폭행 사망 사건 관련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 병원에서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간 총 5명의 환자가 사망해 변사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원인별로는 환자 간 폭행으로 인한 사망 2명, 원인 미상의 외상성 뇌출혈 및 심장정지 2명, 자살 1명 등이다.

특히 2022년과 2024년 발생한 폭행 사망 사건 당시 해당 병동에는 의료 종사자가 부재하거나 간호사 1인만이 근무하고 있어 환자들이 장시간 방치된 상태였다. 인권위는 사건 발생 현장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사망 사건 전후로 다수의 환자 간 폭행이 추가로 확인됐음에도 의료진의 제지나 개입이 전혀 없었던 점을 들어 병원의 관리 감독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번 연쇄 사망 사건이 입원 환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병원장과 행정원장이 주의·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들을 형법 제268조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숙진 인권위 상임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 환자 간 폭행 사망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인권위가 수차례 권고했음에도 병원 측은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폐쇄적이고 비인권적인 운영 형태를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의 비인도적인 격리·강박 실태도 고발됐다. 인권위는 한 중증 지적장애 환자를 2평 남짓한 공간에 연속 2282시간(약 96일) 동안 격리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보건복지부 지침상 최대 허용 시간인 24시간을 현저히 초과한 것이다. 또 병원 측은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자해 위험을 보일 때마다 대화나 중재 대신 반복적으로 신체를 묶는 강박(8회)을 시행했다.

여기다 병원 측은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이유로 보호입원 환자의 면회를 임의로 제한하는 등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거부에 과태료 부과… 복지부에 ‘폐쇄’ 권고

이번 조사 과정에서 병원 측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인권위의 현장 조사와 자료 제출 요구를 전면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행정원장에게 1000만원, 전 행정부장에게 600만원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했다.

인권위는 검찰 고발과 별개로 보건복지부와 관할 지자체에 해당 병원에 대한 업무 정지 또는 병원 폐쇄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또 격리·강박 지침의 실효성을 높이고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 위원은 “이 병원에서 생활하는 환자들이 더 나은 환경과 장소로 옮겨가든지 현재 병원이 개선되든지 하는 복합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발달장애인 보호를 위한 장기 계획이 인권적 측면에서 확보되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2024년 격리·강박 중 환자 사망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시작됐다. 인권위는 2024년 10월 전국 20개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방문조사를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울산 반구대병원의 중대한 인권침해 정황을 확인하고 같은 해 12월 본격적인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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