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없어도 서열화"…후보 공약 등급 매긴 환경운동가 유죄 확정

사회

뉴스1,

2026년 4월 14일, 오후 12:00

서초구 대법원 모습. © 뉴스1 박세연 기자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에 점수와 등급을 매겨 공개한 행위도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서열화'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환경운동단체 소속 A·B 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 원, 7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A·B 씨는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창원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 11명의 공약을 '기후 영향' 기준으로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이를 토대로 최우수·우수·보통·미흡·낙제 등급을 부여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의3 제2항 제2호에서는 언론기관 등이 후보자 정책·공약에 관해 비교평가를 할 때 점수·순위·등급으로 서열화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재판에서는 이 같은 등급 부여가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서열화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A·B 씨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단순 비교·분석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서열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점수 산정과 등급 부여 자체가 후보자 간 우열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서열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A·B 씨가 공표한 우수·보통·미흡·낙제는 그 자체로 상호 간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등급에 해당한다"며 "후보자들의 공약을 세부적으로 점수화해 집계한 뒤 등급으로 정했으므로 내부 기준 자체도 상호 간 우열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회견문에는 후보자 이름이 우수·보통·미흡·낙제 순서로 위에서 아래로 기재돼 있었다"며 "공직선거법 문언에 비춰보면 서열화는 순위를 정하는 것 외에 등급·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으므로, 순위를 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서열화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또 A·B 씨가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해당 행위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안내를 받은 점을 고려해 법을 잘못 인식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공직선거법 서열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A·B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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