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준비, 지분구조부터 다시 짜야"…지평, 상장 전략 총점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05:02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상장 심사 전 재무성과 외에도 지분구조와 주주 간 계약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비상장 단계에서 투자 유치에 유효했던 각종 계약 장치들이 상장 심사 단계에서 리스크로 돌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는 개정 상법 시행과 중복 상장 규제 정비,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 굵직한 제도 변화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법적·구조적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이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다는 진단이다. 시장 환경 측면에서도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 등 첨단 기업 중심으로 상장 심사 기준이 고도화되는 동시에 부실기업 퇴출 기조가 강화되는 등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지평 본사에서 이행규 지평 대표변호사가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 “상장 이후 기업 경영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가 핵심”

법무법인 지평은 15일 오후 서울 본사에서 ‘2026 지평 기업공개(IPO) 포럼’을 열고 경영 안정성과 주주간 계약, 개정 상법 대응, IPO 시장 동향 및 상장 방안별 특징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뤄졌다.

이행규 지평 대표변호사는 “3차례의 상법 개정과 그에 발맞춘 거래소의 규제 환경 변화는 2026년 IPO 환경을 규정하는 핵심 변수이다. 이를 장애물이 아닌 기회로 바라보는 기업은 상장을 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으로 이어질”이라며 “지평 자본시장그룹은 지속적으로 실무연구서를 업데이트해 실무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먼저 서민아 지평 파트너 변호사(공인회계사)가 ‘경영 안정성과 주주간 계약’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거래소가 상장 심사 시 재무성과뿐 아니라 상장 이후에도 기업 경영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심사의 초점은 현재 누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지배구조가 상장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실무상 경계선으로는 공모 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 20%가 제시됐다. 서 변호사는 이것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거래소가 민감하게 보기 시작하는 수치라며, 희석 후에도 최대주주가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부 투자자 지분이 높거나 최대주주와 2대 주주 간 지분 격차가 작을수록 리스크는 커진다. 특히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있는 경우엔 현재 지분율보다 전환권이 모두 행사됐을 때를 가정한 희석 기준 지배구조가 더 중요한 심사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경영 안정성 문제가 구체적으로 불거지는 유형도 짚었다. 서 변호사는 “재무적투자자(FI)가 최대주주이고 대표이사가 2대 주주인 경우, FI가 지분을 매각할 때 비우호적인 제3자가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거래소가 이를 예민하게 본다”며 “채권자가 ‘6개월간 매각하지 않겠다’는 수준의 확약에 그치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으로 2대 주주와의 지분 격차가 작고 우호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이나 우선매수권 확보 등 별도의 방어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지평 본사에서 이유진 지평 파트너 변호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이유진 지평 파트너 변호사는 ‘개정 상법 하에서 상장예정기업이 준비할 것들’을 주제로 올해부터 달라진 법적 환경을 짚었다. 개정 상법의 방향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IPO 질적 심사 요건 중 경영 투명성 항목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다. 기존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 한정됐으나, 개정 상법은 이를 ‘회사 및 주주’로 넓혀 전체 주주에 대한 공평한 대우 의무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소수주주 이익 침해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해졌다. 이 변호사는 “이사회 내 특별위원회 설치를 고려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대안 검토 과정을 문서화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중투표 배제 금지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앞으로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규정은 2026년 하반기 이후 열리는 첫 주주총회부터 적용되므로, 해당 기업들은 소수주주의 이사 후보 추천에 대비한 IR 대응 논리와 의결권 대행업체 섭외, 우호지분 확보 전략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강조했다.

자기주식 제도 변화도 IPO 준비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을 미발행 주식으로 보고 의결권·신주인수권·배당권 등 모든 주주권리 행사를 금지했다. 자기주식을 활용한 사채 발행이나 질권 설정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그간 자기주식을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우호지분 확보 도구로 활용해온 실무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신규 취득 시에는 1년 이내 소각 의무도 부과된다.

이 변호사는 “자기주식 소각 이후에도 임원 선임, 보수 한도 결의 등 주요 안건의 의결에 실질적 차질이 없는지 사전에 점검하고, 처분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입증할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 “AI·로보틱스·모빌리티 글로벌 IPO 견인 중”

지난해 IPO 시장 결산과 상장 유지 환경 변화에 대해 장영은 지평 수석전문위원(공인회계사)은 “글로벌 IPO 건수는 전년 대비 4% 증가한 반면 조달금액은 39% 급증했다. 사모펀드(PE)·벤처캐피탈(VC) 투자기업의 IPO 조달금액이 전체의 36%를 차지하고 건수 대비 대형 딜이 집중된 양상이 나타났다”며 “AI 인프라·로보틱스·모빌리티 등 AI 관련 IPO가 증가하며 AI가 글로벌 IPO 모멘텀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은 ‘상저하고’ 흐름이었다. 탄핵 정국과 트럼프 관세 전략으로 상반기 시장이 위축됐다가 하반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식시장이 반등하며 IPO 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사는 8개사, 공모금액은 2조3000억원(LG CNS 1조2000억원 포함)이었다. 코스닥 신규 상장사는 109사로 전년 127사에서 감소했다.

중복 상장 규제도 윤곽이 잡혔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중복 상장 범위와 관련해 상장회사의 외부감사법상 종속회사 또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로서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손자회사 포함)의 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상장 필요성·주주소통·주주보호·경영 및 영업 독립성 등 종합심사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을 확정했다. 상장 준비 기업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을 겪어온 문제에 정책적 기준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김태오 미래에셋증권 IPO본부 팀장은 IPO 시장 동향과 상장 방안별 특징을 짚으며, 첨단기업 중심의 구조적 재편을 올해 시장의 핵심 흐름으로 꼽았다.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 중 AI·바이오·반도체·우주·방산 등 첨단 기업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48.8%로, 2023년 34.7% 대비 크게 확대됐다. 공모 기준 기업가치 5000억원 이상 대형 상장 사례도 에임드바이오(0009K0), 씨엠티엑스(388210), 세미파이브(490470) 등 다수 등장했다.

김 팀장은 “심사 제도도 첨단 산업에 맞춰 정비되고 있는데 코스닥 상장 규정 시행세칙 개정으로 딥테크·바이오 외에 AI,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우주산업 등도 산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 심사 기준이 마련됐고 기술자문역 도입 및 요건 강화를 통해 기술특례 상장 심사의 전문성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 말미에 채남기 고문(법무법인 지평 상장유지센터장)은 “최근 강화된 거래소의 상장 폐지 기준은 상장 이후 성장이 정체된 기업에게는 매우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상장 폐지 기준에 도달한 이후에 이를 극복하기 극복하는 과정은 마치 중병에 걸린 이후에 수술대에 오르는 것처럼 매우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처하기 이전에 충분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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