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희에게' 속 고 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의 모습이 담긴 스틸컷 / (출처 : 다큐멘터리 영화 '주희에게')
그래서 '평범한 엄마'였던 전 씨는 한 걸음씩 세상으로 들어가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안내해설사로 활동하는가 하면 청와대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얼음장 농성을 벌였다.
그의 발걸음은 세월호 참사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산재 희생자·장애인 부모들·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스텔라데이지호 참사 피해자 등 다양한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이런 전 씨의 발자취는 2026년 봄 스크린 위를 장식했다.
"진상규명과 기록 위해"…엄마는 어색한 카메라 앞에 섰다
세월호 12주기를 하루 앞두고 4월 15일 정식으로 극장에 오른 다큐멘터리 영화 '주희에게'는 전 씨와 더불어 와상장애인 선철규 씨와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 장주희 씨 세 명의 이야기다. 각자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는 이들 모두가 공통으로 겪은 아픔이다.
"그들이 어떤 여건에 처해 있고, 예전엔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아갔다. 참 힘든 시간을 보내왔는데 그런 사람들이 세월호를 겪었고, 그러면서 서로 연대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감독님이 영화로 만들었다"고 전 씨는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주희에게' 정식 개봉 포스터 (출처 : 메가박스)
영화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및 제30회 인천인권영화제 등에서 상영될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전 씨는 스크린에 비친 자기 모습이 "어색하다"고 했다. 처음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도 그의 첫 반응은 "아니 내가 무슨 영화 주인공이 되느냐"였다. 촬영 중엔 난데없는 카메라의 등장으로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용기를 낸 것은 '기록'을 위해서였다. 전 씨는 "(유가족) 단체나 합창단 등은 기록하는 팀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다면 좋겠지만 어렵더라" "우리가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걸 알리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 '주희에게'는 이런 전 씨의 취지에 공감한 장주희·부성필·김성환 감독이 2017년부터 함께 기록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전 씨의 기록은 주로 고 경빈 군의 구조 지연에 대한 민사소송 과정과 이를 알리기 위한 피케팅 활동을 담고 있다. 영상 속 그는 걷고 또 걷는다. 영상 속 머리가 헝클어지고 수척해진 자신을 보며 전 씨는 "내가 저 몰골로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이렇게까지 했구나. 저 정도면 나중에 아이에게 조금은 덜 미안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세월호 7시간 문건' 봉인 해제 가능성에도 엄마가 두려운 이유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두렵다.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세월호 관련 정부 문건이 상당 부분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참사 당일 정부 대응이 담긴 문건들은 수년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돼 왔다. 그러다 지난 10일 법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서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하며 변곡점을 맞았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삼거리 앞에서 열린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 연대) 주최 구조방기에 관한 손해배상 판결 및 피해가족과 시민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가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4.6.10 © 뉴스1 김진환 기자
전 씨는 "청와대에서 기록물 공개를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잘된 일이지만, 과연 세월호 기록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문서가 파기됐고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자체 생산한 세월호 참사 문건 7박스 분량을 임의 파쇄한 적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공개된다면 하루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길, 참사 때문에 우리처럼 가족을 잃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사고가 나더라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먼저 구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런 바람이 당연히 이뤄지는 날을 기다리며, 전 씨의 질문은 세월호 참사 12주기에도 답을 기다리고 있다.
realkw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