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디 최 모 씨가 지급받은 수익금(좌측)과 모 블루레이디의 트위터 갈무리(우측)
한 번 수익 창출 요건을 채운 후에는 자신의 일상, 재테크 방법 등을 간단히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됐다. 본업이 디자이너인 최 씨는 출퇴근길 왕복 2시간 동안 X에 글을 쓰면서 이 부업을 한다. 최 씨는 "놀면서 돈 버는 느낌이라 그게 가장 만족스럽다"며 "본업인 디자인은 작업 기간이 길어지면 좀 늘어질 때가 있는데, X는 2주마다 주급이 나오니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도 있다"며 웃었다.
"3달 만에 250만원"…'여돕여'로 끌어주는 블루레이디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유료 구독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X의 정책을 활용한 부업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X에서 유료 구독자를 의미하는 파란 딱지를 계정명 옆에 달고 있단 뜻에서 '블루레이디'라고 불리며 활동 중이다.
이같은 부업은 X가 몇 년 전부터 운영 정책을 바꾸면서 가능해졌다. X가 유명인에게만 사칭 방지용으로 부여하던 파란 딱지를 2022년 11월부터 유료구독자에게도 허용한 것이다. 이후 X는 2023년 7월부턴 파란 딱지를 단 구독자들에게 광고 수익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파란 딱지를 달았다고 모두가 수익금을 받는 것은 아니고, '파란 딱지 팔로워 500명 보유·3개월 동안 게시물 노출 수 500만회 이상'이라는 수익 창출 요건을 채워야 한다.
숫자만 보면 다소 어렵게 보일 수 있지만, 블루레이디들은 '블루레이디 트친소(트위터 친구를 소개합니다)' 등을 열어 서로 팔로워 확장을 돕는다. 또한 적극적으로 서로의 글을 리트윗하면서 수익 창출 요건을 빠르게 충족시킨다. 실제로 뉴스1이 만난 블루레이디 대부분이 최소 2주에서 한두달 사이에 수익창출 요건은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블루레이디는 온라인상에서 만난 불특정다수가 서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거리낌없이 돕는다는 점에서 다른 부업들과 차별점을 가진다. 이들이 서로 으쌰으쌰하는 이유는 '여돕여'(여자는 여자가 돕는다), '여성들끼리도 도와서 경제적 자립을 이루자'는 전제가 블루레이디 열풍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루레이디들의 게시물에선 "여자들끼리 끌어주자", "여성들끼리 서로 힘 북돋아주면서 지내자" 등의 말이 자주 등장한다.
2000여명의 팔로워를 가진 대학원생 김 모 씨(24·여)는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블루레이디 커뮤니티가 생겼는데 정말 감명받았다"며 "블루레이디는 부업으로서의 입지도 좋지만 결국 여성을 돕기 위해 다들 모였다는 소속감이 있고, 저도 더 많은 여성들이 블루레이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올해 월급이 삭감되면서 블루레이디 활동을 시작했다는 30대 이 모 씨도 "많은 블루레이디들과 소통하면서 얻는 행복감이 있다"고 했다.
서로 공유하는 청약·주식·재테크 등 정보성 글을 보면서 단순히 블루레이디 활동을 넘어 실제 투자에 도전하기 시작한 이들도 많다. 최 씨는 "주급이 아니더라도 블루레이디들이 올려주는 공모주나 각종 꿀팁을 통해서 돈을 벌 수도 있다"고 했다. 30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20대 중반 박 모 씨도 "블루레이디를 시작하고 투자, 재테크와 관련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며 "투자에 관심이 생겨 아침 단타로도 조금씩 수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원생·프리랜서처럼 수입이 일정하지 않거나 부족한 이들이 기존에 하던 SNS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부업이란 것도 블루레이디의 장점으로 꼽힌다.
X로부터 10만원대 후반의 주급을 지급받는 대학원생 김 씨는 주급을 연구비에 쓴다. 평소에도 X를 사용했다는 김 씨는 "여성공동체 안에서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블루레이디는 올해 3월 중순부터 시작했다"며 "아침에는 논문을 작성하고 트윗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 쓴다"고 설명했다.
X 갈무리
샤오홍슈·블로그 부업 방법도 공유…전문가 "여성의 경제적 두려움 반영"
최근에는 블루레이디 사이에서 중국 기반의 샤오홍슈나 틱톡, 유튜브, 블로그로 돈을 버는 방법도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샤오홍슈에서 계정을 키울 수 있는지, 큰 품을 들이지 않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 수 있는지 등 정보글이 연이어 올라오는 모습이다.
3000여명의 팔로워를 가진 박 모 씨는 최근 유튜브, 샤오홍슈, 인스타그램, 틱톡 등 부업을 추가로 시작했다. 박 씨는 "블루레이디 쪽에서 유튜브를 시작하자는 흐름이 있었던 2주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영상 제작에 걸리는 시간도 1시간 정도 밖에 안돼서, 현재 수익은 없는 상태지만 꾸준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X에 주식 관련 정보글을 올리는 30대 초반 송 모 씨도 최근 샤오홍슈를 시작했고, 계속해서 추가적인 부업을 찾고 있다. 송 씨는 "아직 수익은 없지만 샤오홍슈와 유튜브 쇼츠도 시작했다"며 "트위터 광고 단가가 낮아서 시작하게 된 건데, 잘만 하면 한달에 300만원 이상 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적·경제적 취약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젊은 나이대부터 부업이 유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이후 30여년간 성별임금격차 1위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은퇴여성의 빈곤율도 42.7%에 달한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 등으로 쉽게 자신을 부양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으니 부업 등을 통해 탈출구를 찾는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여성들이 기존의 경제 시스템에서 자기 자리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여성들은 젊었을 땐 성별임금격차로 차별받고 임신·출산·결혼을 이유로 퇴직하니 노인이 됐을 때도 빈곤한 것은 예상된 미래"라고 설명했다.
허 조사관은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경제적 두려움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되지 않으니 여성들이 각자도생으로 경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길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며 "자기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중요한 방법이 됐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