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치매 아버지 살해한 아들 항소심 감형…"10년간 혼자서 간병"

사회

뉴스1,

2026년 4월 16일, 오전 06:50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2024년 7월 1일 해가 지지 않은 여름날이었다. 50대 아들 A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동이 불편한 90세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었다.

사건은 A 씨가 아버지를 침대 위로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침대 위로 옮기기 위해 앉아달라는 A 씨의 부탁에도 아버지는 방바닥에 누워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아들의 손을 깨물기도 하며 반항했다.

A 씨는 그동안 쌓인 간병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는 얼굴, 손, 배 등을 폭행당했고 목 앞부분 근육이 파열됐으며 기도 주위를 둘러싼 뼈가 골절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사건 전날인 지난해 6월 30일 주점에서 맥주 3병을 마신 뒤 노래방에서 생맥주 4잔을 더 마셨다. 이튿날(7월 1일) 오전 2시쯤 귀가한 A 씨는 낮 12시부터 혼자 고량주 1병을 더 마셨다.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1심에서 아버지를 폭행한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간병하면서 수건으로 아버지의 몸을 닦거나 아버지를 바닥에서 침대로 옮기려고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신체에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에 취하면 사소한 자극에도 폭력적 성향이 발현되는 습성 탓에 과거에도 폭력범죄를 저질렀고 이 사건 당일에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폭행해 살해하는 패륜적 범죄행위까지 자행했다"고 판단했다.

A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달 8일 원심 형이 너무 무겁다는 A 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치매를 앓고 있고 약 10년 전부터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는 피해자와 함께 거주하면서 피해자를 간병해 온 유일한 가족으로서 이 사건 2년 전 무렵부터는 일자리를 그만두고 열악한 경제적 상황 속에서도 간병에 전념해 온 점, 간병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술에 취해 자제력을 잃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유가족들도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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