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방통위 퇴직자 '재취업 프리패스'…"협회가 관피아 통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6일, 오전 11:56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퇴직 공직자 10명 중 9명이 재취업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유관 협회나 조합으로 진출하며 민관유착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3개 정부 부처 관피아(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신조어)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재취업 승인율 91%…과기부 114건 중 106건 통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기부·방통위 등 3개 정부 부처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5년 1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인사혁신처 취업 심사 결과 보도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과기부·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통위) 퇴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총 156건의 심사 대상 중 142건이 ‘취업 가능’ 또는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아 평균 승인율 91.0%를 기록했다. 부처별로는 과기부가 93.0%로 가장 높았으며 미래부 87.5%, 방통위 83.3% 순이었다.

재취업 기관 유형별로는 협회·조합이 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간기업(39건), 공공기관(18건), 법무·회계·세무법인(14건)이 뒤를 이었다. 경실련은 “협회나 조합은 민간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조직으로 인허가와 규제 권한에 대한 로비가 이 분야에 더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성’ 핑계로 영향력 행사 가능성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간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면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예외 사유가 광범위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실제로 취업 승인 사유를 확인한 78건 중 ‘전문성이 증명되고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시행령 제34조 제3항 제9호)’가 40건(38%)으로 가장 많았다. 업무 관련성 자체가 없다고 판단된 경우도 38건(37%)에 달했다.

경실련은 “부처 후배 공무원들이 전직 상관을 엄격하게 감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업들이 퇴직 관료를 실력보다 인맥을 활용한 로비스트로 활용하면서 감시 기능이 무력화되는 ‘규제 포획’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실련은 관피아 근절을 위한 8대 방안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주요 내용은 △신생 기관 재취업 금지 명문화 △취업 심사 대상 기관 규모 재정비 △취업 승인 예외 사유 구체화 △심사 대상 기간 확대(퇴직 전 5년→10년) △취업 제한 기간 확대(퇴직 후 3년→5년)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접촉 요건 강화 △심사 위원 명단 및 회의록 공개 △공무원 연금과 재취업 보수 이중 수급 방지 등이다.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현행 퇴직 전 5년 기준은 이해충돌 부서를 회피하는 경력 세탁이 충분히 가능한 기간”이라며 “심사 기간을 10년까지 확대하고 취업 제한 기간도 5년으로 늘려야 진정한 이해충돌 방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관피아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경실련은 앞으로도 관피아 실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는 노력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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