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전공의 충원 감소와 신규 의사 배출 축소, 필수의료 기피,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맞물리며 국내 의료인력 공급체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당장의 수련 현장 공백을 넘어 향후 전문의 수급과 지역 필수의료 유지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에서 전체 정원 2823명 중 2189명이 합격해 77.5%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의정갈등 이전인 2024년 상반기 충원율(85.9%)보다 8.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충원율 하락 뿐만 아니라 지원규모도 줄어드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25년에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단 261명만이 레지던트 1년차에 합격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인원을 전년 대비 78.54%에 불과한 2823명을 모집하기로 했지만 합격자는 모집인원 4명 중 3명만을 채우는 수준인 2189명에 그쳤다.
문제는 전공의 모집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의료인력 공급 전반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는 1078명, 합격자는 818명으로 집계됐다. 합격률은 75.9%였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통상 3000명 안팎이 응시하던 예년과 비교하면 응시 규모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의대생 집단 휴학과 학사 일정 지연 여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결과적으로 신규 의사 배출 자체가 급감한 셈이다. 신규 의사가 줄면 전공의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전공의 감소는 의료 현장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대학병원과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수들이 병동·응급실·중환자실 당직을 서는 일이 일상화됐다.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처럼 기존에도 인력난이 심했던 과는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의 지원까지 줄어들면서 중증 진료와 교육을 담당할 다음 세대 전문의 육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역 의료 공백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지방 수련병원은 추가모집을 해도 지원자가 없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지표체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은 4.67명을 기록했지만 비수도권 일부 지역(세종·충청·경북 등)은 2.50명 미만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해법 없이는 단기간 반등이 어렵다고 본다. 정부가 지역의사제와 지역의대 중심 인력 양성 정책을 준비하거나 시행 중이지만 실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이전까지의 공백기를 어떻게 버틸지가 핵심 과제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감소한 전공의와 신규 의사수는 5년 뒤에는 전문의 부족, 10년 뒤 지역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 10년이 한국 의료체계 유지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10년간은 의정갈등 등의 영향으로 신규 의사 수가 해마다 들쭉날쭉할 것”이라며 “정부가 상황에 따라 정책을 유연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