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지노위는 16일 한화오션이 교섭 대상에서 제외한 웰리브지회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고,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시정하라는 결정을 한화오션과 웰리브지회에 통보했다. 사실상 원청인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웰리브지회를 포함해 교섭요구 사실을 다시 공고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10일 개정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자 한화오션은 당일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교섭 대상에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만 명시하고, 웰리브지회는 제외했다. 이에 반발한 웰리브지회는 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냈다.
◇ 경남지노위 한화오션 사용자성 인정…판단 근거는 비공개
경남지노위가 한화오션을 사용자로 인정한 판단 근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남지노위는 한화오션 측에 ‘웰리브지회가 교섭요구 사실 공고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이의신청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문자만 통보했을 뿐, 사용자성 인정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판단 사유가 담긴 판정문은 통상적으로 결정 통보 후 1개월 뒤에 공개된다.
당초 관련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에서 ‘계약외사용자’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이른바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원청이 하청업체의 근로조건 결정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부 지침은 도급·위임계약 관계에서 ‘일반적 지시권’ 대표 사례로 “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업무를 하는 사내 협력업체에 식사 시간에 맞춰 조리·배식업무를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를 들었다. 급식업체에 대한 통상적인 일정 조정이나 업무 요구만으로는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한 노동부 지침은 계약외사용자 판단 근거로 ‘경제적 종속성’을 보완 요소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면서, ‘상시적·전속적 거래관계로 매출 대부분이 특정 원청에서 발생하고 도급계약 해지 시 기업 존속이 불투명해지는 경우’ 등을 종속성 판단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웰리브는 한화오션 전속 협력업체가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와 공공기관 등 여러 사업장에 급식을 제공하는 복수 거래처 기반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한화오션에 매출이나 영업이 집중된 형태가 아닌 만큼, 한화오션과 거래가 중단돼도 곧바로 경영이 어려워지는 ‘종속적 하청 구조’로 보기 어렵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웰리브는 한화오션뿐 아니라 신한중공업, 예천군청, 새만금개발공사 등 여러 사업장에 급식을 제공하는 독립 사업자”라며 “한화오션에 종속된 회사가 아닌데도 사용자성이 인정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경남지노위 결정이 노동부 지침과는 다른 방향의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상생을 실천하는 기업인과의 대화’ 간담회에서 “한화오션이 원하청 성과급을 동일지급하기로 했다”며 “대·중소기업 임금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매우 모범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경남 지노위 결정으로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웰리브지회는 한화오션과의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문제를 포함한 복리후생·임금 관련 요구를 주요 의제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오션이 협력사 근로자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원·하청 동일 비율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웰리브지회는 웰리브 노동자들이 성과급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동일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한 바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웰리브는 선박 건조에 관여하지 않는 독립 사업자인 만큼 생산 실적 기여를 전제로 한 성과급을 지급하기는 어렵다며 이를 거부해 왔다.
웰리브 사례는 조선 생산공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급식업체 노동자들까지 원청의 경영 성과를 근거로 동일한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가뜩이나 원청사를 상대로 한 처우개선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파장이 비생산 영역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급식·청소·시설관리 등 외주 서비스 영역까지 원청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이나 처우 개선 요구가 이어질 경우, 도급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산업 전반에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원청의 책임 범위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처우 요구가 이어지면 조선·건설·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외주 운영 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협력업체에 대한 노무관리 부담이 커지면 기업들이 급식·청소·시설관리 등 부대 서비스까지 자체 운영으로 전환하는 등 외주 운영 구조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다른 협력업체 노조들의 교섭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판정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 한 유사 사례에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