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소방관 예비신부의 편지…"결말 알아도 또 오빠 선택할거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8일, 오전 09:46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전남 완도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의 예비 신부가 쓴 편지가 공개돼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오전 전남 완도군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고 박승원 소방경·노태영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소방관들이 운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전남 완도군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노태영(30) 소방교의 예비신부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편지를 남겼다.

해남소방서 북평119지역대 소속이었던 노 소방교는 2022년 임용된 젊은 소방관으로, 결혼식을 불과 5개월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A씨는 “사랑한다는 말로도 부족한 바보같이 착한 우리 남편, 얼마나 뜨겁고 무섭고 두려웠을까”라며 “나는 아직도 4월 12일 아침에 머물러 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화재 출동 나갔는데 실종이라는 연락 받고 진짜 가슴이 먹먹해지고 내 세상이 무너졌다”며 “가정이 있어도 가장 먼저 들어가서 늦게 나올 것 같다고 오빠는 항상 말했다”고 했다.

그는 “바보같이 착하고 나에게 3년이라는 시간동안 잘해 준 기억만 남아 마음이 더욱 힘들다”면서 “미운 모습이라도 있으면 그걸 탓하며 살텐데 나는 탓할 것도 없이 내가 오빠에게 한 말, 행동들 후회만 한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완도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마련된 화재 진압 순직 소방관 2명의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A씨는 “우리 결말을 알고 있어도 똑같이 오빠를 선택 할 것”이라며 “내 인생중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워. 자주 보러갈게. 우리 남편 사랑하고 또 사랑해”라고 마음을 표현했다.

끝으로 A씨는 “오빠와 저의 가족 지인 동료분들 마지막 가는길 외롭지 않게 찾아주시고 연락주셔서 한번 더 감사드린다”며 인사를 전했다.

한편 지난 12일 오전 8시 25분쯤 완도군 군외면의 한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노 소방교는 고(故) 박승원 소방경과 초기 진화 이후 내부로 재진입했다가 화염이 다시 확산해 고립됐고,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박 소방위는 완도소방서 소속으로 슬하에 1남 2녀를 둔 가장이자 아버지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30대 중국인 남성이 바닥 페인트(에폭시)를 제거하기 위해 토치를 사용하던 중 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에폭시 페인트는 가열할 경우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어 화기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이 남성은 업무상 실화 혐의로 구속됐다. 작업을 지시한 보수 공사업체 대표 60대 남성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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