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서를 접수한 시점에 망인의 직업 변경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사건은 사망한 A씨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2014년 5월 보험사와 상해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직업이 경비원에서 선박기관장으로 변경됐으나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 A씨는 2022년 4월 대만 해상에서 선박 조난 사고로 사망했고, 유족들은 그해 6월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7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선원의 직무상 선박 탑승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고, 계약자가 보험기간 중 직업·직무 변경에 따른 위험 증가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무를 위반한 중과실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1·2심은 보험사의 해지권 행사가 제척기간 1개월을 넘겼다고 보고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망인의 구체적인 사망사유를 기재해 보험금을 청구한 2022년 6월에는 적어도 보험사가 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취지는 보험계약자를 불안정한 지위에 두지 않기 위한 것이지만,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는 사실을 안 날’가 아니라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이 보험금 청구서 제출 당시 ‘직무 외 1회성 선박 탑승’이라고 주장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보험사로서는 A씨 직업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로부터 변경된 사실을 쉽사리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금 청구서를 받았다는 사정 만으로 즉시 A씨의 직업변경 통지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법원은 보험사의 해지권 행사가 제척기간을 넘겨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의 보험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커서 원고들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