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이 흘러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남편은 혼인신고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시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제가 병간호를 했고, 시어머니의 장례도 제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 마지막까지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의 핸드폰에서 모텔 카드사용내역을 발견했습니다. 남편에게 추궁하니 저 몰래 동네 지인과 외도 한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그 지인은 저희 부부와 함께 여행을 갈 정도로 친한 사이여서 너무 큰 충격에 빠졌고, 남편과 불화가 심해져 매일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이후 남편은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폭력을 쓰고 심지어 제게 헤어지자고 요구하면서 친정으로 가라며 폭언을 쏟아냅니다.
혼인신고도 안했는데 저는 이대로 쫓겨나야 하는 건가요?
- 사연자는 사실혼으로 인정이 될 수 있을까요?
△유은이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사실혼이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민법상 ‘법률혼’이 성립하지 않았지만,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통념상 부부로 인정될 정도의 공동생활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단순한 동거 관계를 넘어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실혼 관계로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혼은 법률혼과 달리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은 갖추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부부 관계가 인정되는 만큼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재산분할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연자는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과 동거를 하면서 함께 식당 운영을 하여 경제공동체를 유지했고, 시어머니의 장례 절차도 사연자가 주도적으로 진행을 했다면 아마 상주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두 사람이 혼인의 의사를 갖고 제3자가 보기에도 부부의 외관을 갖췄다면 사연자와 남편의 관계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부정행위를 저지른 남편이 사연자를 쫓아내려는 상황인데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유은이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사실혼 관계 역시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는 관계이며, 사실혼 당사자 사이에는 동거·부양·협조 및 정조의무가 인정됩니다. 그런데 사안에서 상대방은 제3자와의 부정행위를 통해 정조의무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사실혼 관계의 해소를 통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남편의 사실혼 파기는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파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해 사연자는 상대방을 상대로 부당한 사실혼 파기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재산분할은 가능할까요?
△유은이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재산분할 제도는 부부의 공동생활이라는 실질에 기초하여 형성된 재산을 공평하게 청산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비록 혼인신고가 없는 사실혼 관계라 하더라도 그 실질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이 가능합니다.
즉 사실혼 유지 기간 동안 양 당사자가 공동으로 형성하고 유지·증식해 온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분할 청구가 인정되는데, 사연자는 식당을 함께 운영하면서 사실상 두 사람 몫에 해당하는 노동을 수행해 온 것으로 보이고, 이는 가사 및 경제활동 전반에 걸친 상당한 기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연자는 시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병간호를 담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가족 공동체 유지에 대한 기여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재산분할 비율을 정함에 있어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도 사연자는 자신이 형성·유지·증식에 기여한 재산에 대하여 정당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사연자의 사실혼 관계 해소 시점은 언제인가요?
△유은이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사실혼 관계는 일방이 혼인관계를 해소할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종료했을 때 끝나는데, 이는 재산분할 기준시점과 관련이 있어 중요합니다. 법률혼의 경우 이혼소송이 확정되었을 때 통해 혼인관계가 해소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재판 종료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재산분할의 대상과 가액을 산정하게 됩니다. 반면 사실혼은 혼인신고라는 형식이 없는 관계이므로, 별도의 판결 확정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부부공동생활이 종료된 시점, 즉 사실혼 해소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의 대상과 가액을 산정하게 됩니다. 이때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청구 역시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혼인관계가 종료한 때로부터 2년 안에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혼 관계가 끝난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재산분할 청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 남편의 외도와 이후 진지한 혼인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로 인해 혼인관계의 실질이 종료되었을 때 사실혼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사연자는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6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